매일춘추-정신적 빈곤

입력 1996-04-23 14:37:00

금년은 유엔이 정한 빈곤퇴치의 해다. 인류의 역사는 냉철히 살펴보면 가난과의 피나는 투쟁이었다. 오늘날 우리들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아직도 곳곳에는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현재 아프리카의 모잠비크, 탄자니아, 에티오피아와 같은 국가는 1인당 국민소득이 90달러밖에 되지 않는 가장 가난한 국가이며, 국제적 빈곤수준인 1인당 국민소득 3백70달러 미만인 사람들이 세계 인구 57억 중 15억이나 된다. 이들은 오늘도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올바른 인간의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가난을 정의하는데 있어서는 여러 가지 논쟁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가난을 절대적인 생활수준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과의 상대적인 생활정도로 볼 것인가, 객관적이며 물질적인 생활수단을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가 아니면 주관적인 정신적 가치판단을 중시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예수 그리스도는 물질적으로 가진 것이 없어도 정신적으로 가난을 느껴 보지 않았고, 석가모니는 생로병사의 진리를 깨닫기 위해 출가한 후에는 밥그릇 하나, 적삼 하나에 맨발이었지만 가난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다 함께 물질적 빈곤과 정신적 빈곤을 극복하고 사랑과 자비를 이땅에 베풀었다. 오늘날 보릿고개와 같은 비참한 가난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상대적 빈곤과 정신적빈곤층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정신적 빈곤은 불평과 불만, 냉소와 갈등, 비관과 절망, 원한과 방관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리는 물질적 빈곤보다 정신적 빈곤을 더욱 두려워해야 한다. 정신적 빈곤은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암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빈부의 격차로 인하여 계층간 지역간 갈등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한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빛과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복지사회 건설은 거창한 구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세민과 소외계층에 대한 따뜻한 보살핌에서 시작되어져야 한다.

경북대 교수.경제학 김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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