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블록시대-ASEAN(중)

입력 1994-01-21 00:00:00

ASEAN을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경제블록화에 관한 논의는 AFTA를 제외하고도 수없이 많다.EAEC, APEC, 성장의 삼각지역(Groth Triangle), 바트경제권, 중화경제블록등국가간의 동맹을 통한 '판짜기'는 가히 경제 춘추전국시대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아.태지역의 이같은 현상은 세계적인 신보호주의 및 블록형성에 대응하면서이 지역의 새로운 경제도약을 모색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측면이 크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리적 문화적 동질성을 가진 EU나 미국이 강력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NA강력한 블록이 출현하기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SEAN과 관련된 이같은 경제블록 구상 가운데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도 또한 주목을 받고 있는것이 동아시아 경제협의체(EAEC:East Asia Economic Caucus).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수상이 지난 94년 '백인을 제외한 아시아인만의'독자적인 기구 창설을 주장하며 처음 제기된 EAEC는 ASEAN 국가외에 우리나라와일본 중국 대만 홍콩등 동아시아 국가를 한데 묶어 강력한 경제블록을 구축하자는 것.

그러나 이 구상은 APEC을 통한 아.태지역의 주도권을 노리는 미국의 강력한반발과 이에 따른 참가대상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실현 전망이 불투명한것이사실이다.

말레이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ISIS) 스테판 렁 박사는 "EAEC는 동아시아만의 고립된 지역블록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며 역내국 상호간의 협력관계를 통한 역외국가와의 교역확대를 추구한다는 '공개된 지역주의'를 표방한것이 마하티르수상이 EAEC를 제안한 취지]라고 설명하면서 "지리적 공통점을 가진 아시아 국가들이 협력하자는데 미국이 자신들이 배제됐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반대하는것은 공정치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렁 박사는 또한편으로는 "서방강대국들이 주도하는 국제경제 질서에아시아 국가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서로 뭉치는 길 밖에 없다"며 대서구 무역협상력 강화라는 EAEC의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한편에서는 ASEAN 회원국 내에서도 이에대한 반론도 만만치는 않다.특별한 경제기구가 없이도 아시아 국가간의 역내교역이 매년 크게 증가하면서 지역국가들의 경제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또한 미국이 어차피 세계 최대의무역시장이기 때문에 굳이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자적인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인도네시아 등의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EAEC구상의 실현가능성이 어느정도 커져가고 있다.미국이 EAEC가 APEC내의 협의체로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이를 인정하려는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는 한편 그동안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미온적인 태도로일관해 온 일본이 올해초에 들면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때문에 빠르면 올해안에 첫회의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렁 박사는 전망했다.한편 APEC에 대한 ASEAN의 입장은 다소 미묘하다.

ASEAN국가들의 불만은 지난해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APEC지도자회의에유일하게 불참한 말레이시아 마하티르총리가 표현하듯이 진전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

APEC이 당초 창설될 때의 성격인 '느슨한 협의체'를 넘어 미국이 아시아에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ASEAN국가의 입장이라고 말레이시아 상공부 국제무역국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한편 이같은 광범위한 지역블록 외에도 소지역단위의 블록화 논의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곳이 ASEAN지역이다.

그 중 가장 현실성을 띠고 추진되고 있는 것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3국의 '성장의 삼각지역'.

싱가포르의 막강한 자본력을 싱가포르의 남북에 인접한 말레이시아의 조호르주와 인도네시아의 리아우제도를 잇는 삼각지역 내에 투자해 이지역 경제성장의 결정적 원동력을 일으킨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밖에도 태국을 중심으로 베트남등 인도지나 3국과 미얀마를 연결하는 '바트경제권', 홍콩 대만 싱가포르의 자본과 중국의 노동력을 묶는 중국계국가들의 '중화경제블록'등의 구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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