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넣은 도로사업 30년 투자, 국민연금 2.8조원 벌어

입력 2021-10-13 14:35:03 수정 2021-10-13 21:43:31

신대구부산고속도 등 지분 소유…"결국 다 국민 돈인 셈" 비판 제기
연금공단은 6~65% 고금리 대출로 안정적 수익 올려

대구부산고속도로 수성 IC인근.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부산고속도로 수성 IC인근.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신대구부산고속도로(82.05㎞)는 통행료가 비싸기로 악명 높지만, '혈세 잡아먹는 하마'이기도 하다. 예측 수요가 실제 교통량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도록 계약을 맺은 탓에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지급된 최소운영수익보장금(MRG, minimum revenue guarantee)만 1조332억원에 달하며, 향후 추가 지급돼야 할 MRG가 1조1천7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런 신대구부산고속도로에 59%의 지분률을 가지고 1조4천137억원을 투자한 국민연금공단은 지금까지 9천159억원의 이자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을 투입해 겨우 운영하고 있는 도로에 투자해 막대한 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혈세'로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구갑)은 13일 "국민연금공단이 '혈세먹는 하마'라고 불리는 민자도로 건설에 고금리 대출을 통해 수조원의 안정적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민의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연금공단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비싼 통행료로 이용자에게 부담을 주고, 또 국민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 받는 민자도로로 이윤을 누리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민자도로 운영사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59%) 외에도, 서울외곽순환도로(86%), 일산대교(100%), 미시령동서관통도로(100%)로 총 4곳이다. 총 30년 간의 사업 기간 중 지금까지만 2조 8천492억원의 이익을 거둬 전체 투자금의 약 77%가량을 이미 회수했다.

문제는 4곳의 민자도로에 투입된 혈세가 무려 2조5천757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도로 건설을 위해 최초로 투자된 국비와 지방비만 1조2천239억 원에 이르며, 지난해 연말까지 4개 도로를 운영하는 민자회사가 가져간 최소운영수익보장금(MRG, minimum revenue gurantee) 역시 1조4천518억원으로 적지 않다. 더 심각한 점은 사업 운영기간이 끝나는 2036년에서 2038년까지 국비와 지방비로 지급해야 할 손실보상금은 1조6천971억원으로 추산된다.

강선우 의원은 "손실이 발생하면 국민 세금으로 보전이 되는 탓에 민자도로는 그간 '혈세 먹는 하마'라는 비난을 받아왔다"면서 "결국 국민연금공단이 국민 혈세로 번 돈으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것인데 '조삼모사'식에 불과한 대체투자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