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못 끝낸 전쟁, 멜라니아가 '6일간 평화' 만들어…UN·교황과 비교하면? [시사뒷담]

입력 2026-11-03 2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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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국지 휴전 중재 이어 양국 대표 백악관 초청…영부인 이례적 세계 평화 중재 외교
어린이 34명 가족 재결합도 지원…거대 담판 대신 인도주의 성과 주목

멜라니아 트럼프. AP연합뉴스
멜라니아 트럼프.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끝내지 못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의외의 인물이 휴전을끌어냈다. 미국 대통령 배우자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다.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되레 전장과 화마를 넓혀온 남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세계 평화와 안전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유엔(UN), 줄곧 평화를 호소해 온 교황까지 떠올리면 흥미로움을 너머 묘하기까지 한 장면이다. 물론 전쟁 전체를 멈춘 건 아니지만, 결국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지만, 적어도 한 도시에서 총성을 멈추고 민간인을 구할 길을 마련했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멜라니아, 러·우크라 대표 백악관에 모은다…'6일간의 휴전'

백악관은 3일(현지시간) 멜라니아 여사가 오는 5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들을 백악관에 초청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올레시키 지역의 휴전과 관련한 연설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 10월 23일 멜라니아 여사의 중재로 양국이 올레시키 일대에서 6일간 교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10월 29일부터 시작된 휴전은 식량과 의약품 등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민간인들의 안전한 대피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올레시키에는 전쟁 이전 약 2만4000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고령자와 어린이 등을 중심으로 약 1700~2000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 측도 휴전 합의를 확인했으며, 휴전 초기에는 교전 중단이 유지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구호활동의 최종 성과와 휴전의 지속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

백악관은 멜라니아 여사가 양국 지도부와 직접 접촉해 휴전 조건과 절차를 조율했다며 미국 영부인으로서는 전례 없는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연합뉴스

◆전쟁터의 어린이 34명도 가족 품으로…작지만 구체적인 성과

이번 휴전 중재는 갑자기 이뤄진 일이 아니다. 인도주의적 행보에서 출발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해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진 어린이들의 재결합을 지원해 왔다. 백악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어린이 34명이 가족과 재회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구축한 소통 창구가 이번 올레시키 휴전 협상에도 활용된 것이다.

전쟁을 끝내는 거대한 평화협정과 비교하면 어린이 34명의 귀환이나 한 도시의 엿새간 휴전은 작은 성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어린이와 가족들, 포격 속에 갇혀 있던 주민들에게는 일상을 되찾을 기회가 됐다는 점에서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거대한 종전 협상…멜라니아는 작은 휴전

남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주요 외교 목표로 내세우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협상과 압박을 병행해 왔다. 그러나 영토 문제와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 등을 둘러싼 양국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크다. 미국의 중재 노력에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영토 양보 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됐다.

반면 멜라니아 여사는 전쟁 전체를 끝내려는 협상보다 어린이와 가족의 재결합, 민간인 대피라는 구체적인 인도주의 현안에 집중했다. 대통령이 국가 간 거대한 이해관계를 놓고 협상하는 동안 영부인은 비교적 작은 문제에서 실질적인 합의를 끌어낸 것이다. 두 사람의 역할과 권한은 다르지만, 성과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대조적인 장면이 만들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연합뉴스

◆유엔은 곡물 수출, 교황은 인도주의 호소…멜라니아와 다른 역할

유엔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막거나 종식시키지는 못했다. 특히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엔은 튀르키예와 함께 2022년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을 중재해 우크라이나산 곡물 약 3300만t이 세계 시장으로 운송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협정은 2023년 7월 러시아의 불참으로 종료됐다.

교황청도 전쟁 이후 휴전과 평화를 지속적으로 호소했다. 프란치스코 전 교황에 이어 레오 14세 교황 역시 외교적 접촉과 인도주의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이번 올레시키 휴전에는 레오 14세 교황의 역할도 있었다. 교황청에 따르면 레오 14세 교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직접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청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 백악관은 멜라니아 여사의 중재를 강조하지만, 교황청의 호소와 양국 당국의 협조도 함께 작용한 맥락이다.

◆세계 평화의 무게는 말보다 결과에 있지 않을까

세계 평화에 관한 선언과 연설은 수없이 많았다. 국가 정상들이 정상회담을 열고, 유엔이 결의안을 채택하고, 교황이 전쟁 중단을 호소해 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식 외교관도 아닌 미국 영부인이 어린이 34명의 가족 재결합을 지원하고 국지 휴전 중재에 나섰다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한 사례다.

물론 멜라니아 여사의 성과는 미국 정부의 외교적 영향력, 교황청의 노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조를 떼어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엿새간의 휴전을 전쟁 종식과 같은 선상에 놓을 수도 없다.

그럼에도 전쟁 전체를 끝내지 못한다면 당장 구할 수 있는 사람부터 구한다는 접근은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거창한 평화 구호보다 단 하루의 포격 중단이, 추상적인 종전 선언보다 가족 품으로 돌아온 어린이 한 명이 평화의 의미를 더 선명하게 보여줄 때도 있다. 이게 나비효과로 종전과 평화라는 성과를 만들지도 모를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지난 2019년 10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핼러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지난 2019년 10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열린 핼러윈 '트릭 오어 트릿'(trick-or-treat) 행사 중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