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측 "계엄 같은 중대한 일을 만취 상태로? 비상식적…절박한 선택"

입력 2026-11-03 19: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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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 사형이 구형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계엄 사전 모의 의혹을 반박하며 "만취한 자리에서 비상계엄 같은 중대한 일을 논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3일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계엄을 사전에 준비했다는 특검 측 주장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군 지휘관들과의 식사 자리에 대해 "군 지휘관 식사는 통상 관례에 따른 격려 식사로 특검이 주장하는 (계엄) 모의는커녕 일상식사, 동호회 모임 수준"이라며 "결의나 충성 서약도 없는 친위 쿠데타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4년 11월 9일쯤 국방부 장관 공관에서 열린 만찬을 거론하며 "참석자들이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취해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인사불성이었고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도 그랬다"며 "비상계엄 같은 중대한 일을 만취한 자리에서 논의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계엄 선포의 정당성도 거듭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비상계엄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망국적 상황을 알리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다"며 "국회가 다수 의석으로 전횡을 휘둘러도 견제 장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권의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논의까지 거론하며 "이제 사법부에도 탄핵의 칼을 들이댈 것이고, 현실이 되고 있다"고 했다.

계엄을 생방송 대국민 담화로 발표한 점도 친위쿠데타가 아니라는 근거로 들었다. 변호인단은 "친위쿠데타였으면 생방송으로 알리기보다 군을 보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도발을 유도해 전시 상황을 조성하려 했다는 무인기 작전 의혹도 부인했다. 변호인단은 "전시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였다면 훨씬 강력한 수단을 이용했을 것이고 이를 대대적으로 활용해 전시 분위기를 고조시켰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른바 '노상원 수첩'에 대해서도 계엄 사전 계획과의 연관성을 부정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라며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고 했다. 이어 "알지 못하는 인물의 낙서가 피고인의 계획은 아니다. 낙서장은 비상계엄 이후 작성된 상상 낙서일 뿐 사전 계획문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수첩의 필기 내용에 대한 감정 결과가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검이 '소형기'로 해석한 부분을 대검찰청(현 공소청)은 '소환시'로 판독했다는 것이다. 국군방첩사령부 산하 '수호신 태스크포스(TF)'에 대해서도 계엄 준비 조직이 아닌 부대 개편에 따른 대테러 부대라며 "계엄 선포 직전에도 TF는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수사와 언론 보도 과정도 비판했다. 이들은 "이 사건이 내란이어야 하는 민주당에 의해 언론이 불러주는 대로 써서 왜곡 보도하고, 국민들도 왜곡해서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의 최종변론은 오는 5일 이어진다. 이날 피고인들의 최후진술까지 마무리되면 재판부는 항소심 선고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 등은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기소 됐다. 1심은 올해 2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군을 투입한 행위가 내란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지난달 29일 내란특검팀은 "국민의 저항이 헛되지 않도록, 제2의 윤석열이 나오지 않도록 법에 정해진 가장 단호한 판결을 내려 달라"며 항소심에서도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