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이용호] 전작권 환수의 조건

입력 2026-11-03 17:17:38 수정 2026-11-03 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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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호(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호(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호(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환수를 둘러싼 국내외적 논쟁이 새로운 이슈로 등장했다. 이재명 정부의 입장은 대통령의 임기 내에 환수를 조속히 마무리 짓는다는 것으로서,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입장은 변화된 한반도 안보 여건에 걸맞은 '조건의 충족'을 내세우는데, 야권이 동조하는 모양새이다. 전작권의 환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평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되었던 김영삼 정부 때부터 전작권의 환수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좌파 정권에서는 전작권의 환수가 주권 행사의 출발이라는 관점으로, 우파 정권에서는 안보 조건의 충족이 환수의 전제라는 관점으로, 각각 상이하게 인식해 왔다.

결국 전작권 환수를 둘러싼 국내적 논쟁의 핵심은 '자주' 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수호'라는 가치의 충돌로 귀결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작권 환수를 국가로서의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말한 대목에서 표출되는 것처럼, 좌파 정권이 주장하는 전작권의 조속한 환수의 바탕에는 자주국방을 통한 완전한 독립, 즉 '자주'라는 가치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반면 전작권 환수를 안보 조건과 연계하는 우파 정권의 입장은 그 환수는 당연하지만, 최소한 현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가치를 기조로 한다. 오늘날 한국에서 '자주'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수호'는 어느 것 하나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며, 다만 어느 가치를 더 우선시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나아갈 뿐이다.

오늘날 북·중·러 3국의 군사적 밀착이 확대되고, 강화된 집속탄을 비롯하여 스텔스 드론·각종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한 북한의 무력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반면 한미동맹은 삐거덕거리고 있다. 나아가 '북한 핵무기를 최후 방어용'이라고 인식하는 대통령의 안이한 안보관과 '전작권 환수 후의 국가안보'에 호언장담하는 국방장관의 현실 인식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이러한 안갯속 같은 안보 환경 속에서, '자주'라는 명분만을 맹목적으로 좇는 것이 능사일까!

아무튼 어떠한 경우에도 '자주'라는 가치를 외면할 수 없음도 또한 명확하다. 다만 '자주'라는 가치로부터 나오는 맹목적이고 서두르는 전작권의 환수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점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안보 문제를 노름판에서 판돈을 걸듯이 접근하거나, 약 50기 이상인 북한 핵무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둘째 전작권 환수 이후에 새롭게 구성될 한미연합군사령부의 운용이 유사시 일사불란하게 작동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인데, 여기서 가장 큰 걸림돌은 전통적으로 미국이 자국 군대를 타국의 지휘관 밑에 두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는 사실이다.

셋째 세계 군사비 총액의 약 37% 이상을 지출하는 미국의 최강 군사력을 잘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대북 대응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특히 해군이나 공군의 경우 전작권 환수 후의 해·공군의 효율적 운용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자주'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수호', 어느 가치를 우선시하는 것이 미래 한국의 이익과 부합할까? 전작권은 최소한 2가지 조건이 갖추어진 후에 환수되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첫째 자주국방의 확립에 걸맞게 군사력의 현대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북한의 핵무기에 대칭되는 신뢰할 수 있는 '핵우산의 보장'도 포함된다. 둘째 한국을 강대국으로 만드는 일이다. 힘 있는 일등 국가로 나아간다면 한국의 안보는 자동적으로 굳건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