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 회에 2300만명이 넘는 시청자를 끌어모으고 세계 53개국에서 리메이크된 한국의 대표 음악 예능 '복면가왕'이 11개월 만에 돌아온다.
3일 MBC에 따르면 지난 1월 막을 내린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이 재정비를 거쳐 오는 12월 '복면가왕 : 황금마스크'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재개한다.
2015년 4월 정규 방송을 시작한 지 11년 만의 개편이다. 약 10년 9개월 동안 일요일 저녁을 책임졌던 장수 예능이 시즌제 전환을 통해 새로운 출발에 나서는 셈이다.
◆'황금마스크' 놓고 경쟁…초대형 뮤직 페스티벌로 변신
'복면가왕'은 정체를 숨긴 스타들이 복면을 쓰고 무대에 올라 목소리와 가창력으로 경쟁하는 음악 예능이다. 가수의 얼굴과 이름, 인지도 대신 노래 자체에 집중하도록 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인기를 얻었다.
새 시즌에서는 가왕의 상징인 '황금마스크'를 차지하기 위한 출연진의 경쟁이 펼쳐진다. 기존보다 화려해진 무대와 퍼포먼스, 새롭게 구성된 추리단의 정체 추리도 주요 관전 요소다.
제작진은 지난 10월 경기도 고양시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첫 녹화를 진행했다. 제작진은 "초대형 뮤직 페스티벌로 변신한다"며 "오랜 시간 기다려 주신 시청자분들의 사랑에 보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5년 첫 방송…10년간 복면가수 약 2500명 출연
'복면가왕'은 2015년 설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처음 선보인 뒤 같은 해 4월 5일 정규 편성됐다.
당시 가수의 정체를 가리고 순수하게 노래 실력만으로 평가한다는 발상은 기존 음악 경연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요소였다. 특히 가수가 복면을 벗는 순간 예상하지 못했던 유명인이 등장하는 반전은 프로그램의 상징이 됐다.
방송을 통해 숨겨진 가창력을 재평가받은 가수들도 적지 않았다. 국카스텐의 하현우는 '우리 동네 음악대장'으로 출연해 9연승을 달성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후 더원, 소향, 손승연 등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가수들이 가왕으로 활약했다.
2015년 4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약 2500명의 복면가수가 출연하며 수많은 화제의 무대를 남겼다.
◆미국판 첫 방송 936만명 시청…슈퍼볼 직후 2373만명 기록
'복면가왕'이 남긴 가장 화려한 성과 중 하나는 해외 진출이다.
2015년 중국을 시작으로 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수출됐고, 2019년에는 미국 지상파 방송사 FOX에서 '더 마스크드 싱어'(The Masked Singer)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됐다. MBC 예능 프로그램이 미국 방송사에 직접 포맷을 판매해 현지 제작·방송으로 이어진 첫 사례였다.
미국판은 2019년 1월 2일 첫 방송부터 약 936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당시 미국 방송사들의 예능 프로그램 첫 방송 가운데 약 7년 만에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첫 시즌 마지막 방송에서는 시청자 수가 약 1145만명까지 늘어났다.
2020년 2월에는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 직후 편성된 시즌3 첫 방송이 약 2373만명의 시청자를 모았다.
미국에서는 출연자들의 복면과 의상도 대형 쇼에 걸맞게 화려해졌다. 제작 초기 의상 한 벌에 약 2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판에는 가수뿐 아니라 배우, 스포츠 스타, 정치인 등 다양한 유명 인사들이 출연했다.
특히 미국판의 성공을 발판으로 가수가 아닌 춤 실력으로 정체를 추리하는 파생 프로그램 '더 마스크드 댄서'(The Masked Dancer)까지 제작됐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53개국 리메이크…국제 방송 포맷상도 수상
'복면가왕'은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세계 곳곳으로 진출했다.
2020년 11월에는 31개국에서 리메이크 프로그램이 방송됐으며, 이후 진출 국가가 확대돼 53개국에 이르렀다.
해외에서의 성과는 국제적인 수상으로도 이어졌다. 2019년 영국의 방송 콘텐츠 전문업체 K7 미디어가 선정한 '올해의 포맷'(Format of the Year)에 이름을 올렸다.
2020년에는 국제 포맷 시상식에서 한국 프로그램 최초로 '베스트 리터닝 포맷'(Best Returning Format)을 수상했다. 이어 2022년에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박원우 작가가 프랑스 칸에서 열린 국제 방송영상 콘텐츠 마켓 MIPTV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 포맷 어워즈 대상을 받았다.
'복면가왕'은 한국 방송 콘텐츠가 완성된 프로그램뿐 아니라 아이디어와 제작 방식 자체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11개월 만의 재출발…장수 예능의 새로운 도전
다만 국내에서는 장기 방송에 따른 형식의 반복과 시청률 하락 등으로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MBC는 지난 1월 18일 방송을 끝으로 기존 시즌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형태로 돌아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는 12월 방송을 재개하면 약 11개월 만에 시청자들과 다시 만나게 된다.
이번 개편의 관건은 10년 넘게 이어온 '복면을 쓴 가수의 정체를 추리한다'는 기본적인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얼마나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느냐다.
세계 53개국에 수출되며 K예능의 경쟁력을 보여준 '복면가왕'이 국내에서도 새로운 전성기를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