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 분이라도 더 가족 품으로"…포항서 올해 6·25 전사자 유해발굴 첫 삽

입력 2026-11-02 15: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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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장면서 유해발굴 개토식…참전용사·군 장병 등 100여 명 참석
이달 2일부터 4주간 대우산 일대 발굴…2024년 이후 유해 6구 수습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고로쇠광장에서 열린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고로쇠광장에서 열린 '2026년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개토식'에서 주요 내빈들이 유해발굴의 시작을 알리는 시삽을 하는 모습. 서민재 기자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고로쇠광장에서 열린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고로쇠광장에서 열린 '2026년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 개토식'에서 포항지역 최고령 6·25 참전용사인 김종록 옹(97)이 해병대 장병의 부축을 받으며 분향하고 있다. 서민재 기자

지난달 29일 오후 2시 30분쯤 경북 포항 죽장면 고로쇠광장. 광장 안은 제복과 군복으로 가득 찼다. 맨 앞자리에는 포항지역 최고령 6·25 참전용사인 김종록(97) 옹을 필두로 제복을 입은 백발의 참전용사들이 나란히 앉았다. 가슴에 훈장을 단 노병들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지만, 표정만큼은 결연했다.

그 옆에는 가슴에 단 검은색 추모 리본의 위치를 매만지는 보훈단체장들과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양손을 무릎 위에 올린 해병대 장병들의 모습도 보였다. 가을 끝자락의 쌀쌀한 바람이 불었지만,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잡담을 나누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100여명이 모인 광장에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이날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6·25전쟁 당시 전사한 호국영령들의 유해를 찾아 가족과 국가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다.

태극기와 해병대 제1사단기, 해병대기를 든 기수들이 걸어 나오자 내빈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국기에 대한 경례에서는 군인들이 일제히 거수경례를 했다. 이어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에서는 모두 고개를 숙였다. 광장에는 군악대의 연주만 울려 퍼졌다.

이어 김종록 옹이 회고사를 하기 위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단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76주년이 됐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비참하고 통탄스러운 일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겠습니까."

단상에 선 김 옹의 목소리에서 떨림이 묻어나왔다. 김 옹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것은 오직 목숨 바쳐 조국을 지킨 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때에는 일부 군 장병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회고사가 끝난 후 참전용사와 보훈단체 관계자, 군 지휘관들이 차례로 헌화와 분향에 나섰다. 향로 옆에 흰 국화꽃이 하나둘 쌓여 갔다.

식이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흰 장갑을 낀 참석자들이 삽을 들고 흙을 세 차례 퍼 올렸다. 유해발굴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번 유해발굴 작전은 오는 2일부터 27일까지 4주간 진행된다. 이곳 죽장면 대우산 일대는 6·25전쟁 낙동강 방어선 전투 지역으로, 2024년부터 매년 유해발굴 작전이 이뤄지고 있다. 2024년에는 2구, 2025년에는 4구의 유해가 수습됐다.

유해발굴 작전을 지휘하는 배상호 중령은 "호국영령들을 한 분이라도 더 찾아 국가와 가족의 품으로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