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국산 첫 비만약 '에페' 29일 처방 시작…4주 13만원

입력 2026-10-29 22:3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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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448명 임상서 40주 평균 9.75% 감량…초도 물량 부족으로 공급 확대에 시간 걸릴 듯

29일 서울 종로3가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국산 첫 비만치료제
29일 서울 종로3가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국산 첫 비만치료제 '에페'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약품이 개발한 국산 첫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의 병원 처방이 29일 시작됐다. 첫 4주 공급가는 12만9800원으로,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27만원)보다 53% 낮다.

에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10월 7일) 22일 만에 처방이 시작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달 22일 출하가 시작됐고 29일부터 일부 의료기관에서 처방이 이뤄졌다"며 "초도 물량이 많지 않아 공급이 확대될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에페는 연간 2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GLP-1 비만약 시장에 뛰어든 첫 국산 신약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양분해 온 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에페로 3자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가격 구조를 보면 에페 공급가는 2㎎ 2만4200원, 4㎎ 4만700원, 6㎎ 5만7200원, 8㎎ 6만9300원, 10㎎ 7만4800원이다. 5~8주 공급가는 22만8800원, 9~12주는 27만7200원이며, 13주 이후 4주 투약분은 29만9200원으로 오른다. 위고비의 최저 용량 기준 4주 공급가는 21만원 수준이다. 환자가 실제 부담하는 비용은 공급가보다 더 높다. 서울 서초구의 한 병원은 에페 2㎎ 2펜 처방 시 진료비 2만4000원을 더해 8만원을 받는다고 안내했다.

에페는 중추 신경계와 위장관에 분포한 GLP-1 수용체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위 배출을 지연시켜 포만감을 유지시킨다. 용량은 2㎎부터 10㎎까지 5단계이며 낮은 용량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올린다.

한미약품은 에페가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40주 투약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9.75%였다. 한미약품은 일부 환자는 체중이 최대 30%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임상 조건이 달라 경쟁약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 위고비는 68주 투여 후 평균 14.9%, 마운자로는 72주 최대 용량 투약군에서 약 20.9%의 체중 감소율을 기록했다. 마운자로는 GLP-1과 인슐린 분비 자극 펩타이드(GIP) 두 가지 호르몬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 작용제로, 에페·위고비와 작용 기전이 다르다. 임상 기간과 참가자 기저 체중이 모두 달라 수치만으로 효과의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대한비만학회 홍보이사인 허양임 서울 강남구 한 피부과 대표원장은 "비만약 가격 때문에 치료를 중단했던 환자들이 에페를 처방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환자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허 이사는 이날 자신의 병원에는 다음 주에나 에페가 입고될 것으로 예상했다.

출시 첫날 실제 처방 병원은 많지 않았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에서 검색한 결과 대부분의 병원은 위고비나 마운자로만 취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철저한 품질 관리와 합리적 가격 체계를 바탕으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