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정례 간담회 개최...지배구조·내부통제 개선 주문
2025년 의결안건 993건 중 원안가결 983건
형식적 의결 탈피 및 자회사 CEO 승계 투명성 압박
금융당국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은행권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실태에 대해 경고장을 날렸다. 안건의 99%를 원안대로 통과시키는 이른바 '거수기 이사회' 관행을 타파하고,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작업의 투명성을 확보하라는 주문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은 28일 8대 은행지주(KB·신한·하나·우리·NH·BNK·iM·JB) 이사회 의장들과 '2026년 정례 간담회'를 열고 금융권의 당면 현안과 이사회의 책임 경영 방안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지난 2023년부터 은행지주 및 은행 이사회와의 소통을 정례화해 매년 개별 이사회 면담과 고위급 간담회를 이어오고 있다.
간담회에는 곽범준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를 비롯해 조화준(KB), 곽수근(신한), 박동문(하나), 윤인섭(우리), 김병화(NH), 오명숙(BNK), 조강래(iM) 이사회 의장 및 이성엽(JB) 사외이사 등이 참석했다.
이찬진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은행지주사들의 외형적 성장 이면에 잠재된 구조적 리스크를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들의 당기순이익은 2024년 23조8천억원에서 2025년 26조7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도 17조6천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15조4천억원)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이 원장은 "글로벌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과 인공지능(AI) 기업 수익성 우려 등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도 은행지주가 견조한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예상치 못한 위기는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 이사회의 책임 있는 판단과 대응에 따라 위기의 파급효과와 회복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알렸다.
구체적으로 이 원장이 이사회 의장들에게 제시한 핵심 과제는 ▷지배구조 선진화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강화 ▷IT 보안 자율방어체계 구축 ▷실질적 사회적 책임 이행 등 네 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실효성 문제다. 금감원이 집계한 2025년 8대 은행지주 이사회 의결안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체 993건의 안건 가운데 수정가결된 안건은 9건, 보류는 단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983건(99.0%)이 경영진의 원안대로 통과된 셈이다.
이 원장은 현재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선방안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지원을 확대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언급하며 "이러한 제도적 노력이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이에 걸맞은 전문성과 책임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업다각화나 경영진 보수 및 성과평가(KPI) 등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해 형식적 의결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자료 요청과 외부 전문가 활용 등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내려달라"며 "현재 진행 중인 자회사 CEO 승계절차에서도 후보군 선정, 검증·평가, 기록 등 일련의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금융연수원 연수 프로그램이나 지주사 자체 교육 등을 활용해 사외이사의 금융산업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외점포를 중심으로 늘고 있는 금융사고에 대한 경고도 이어졌다.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금융사고는 2024년 7건(1억5천만원)에 그쳤으나, 2025년 들어 12건(1천249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부터 7월까지 이미 6건(809억원)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원장은 "국내와 법규·거래관행이 상이한 현지 특화 상품이 존재하는 만큼 새로운 리스크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거래구조상 취약점을 리스크로 정의해 측정·관리하고 본질적 업무 위탁을 방지하는 등 리스크 인식부터 측정, 대응의 단계별 원칙을 재정립해 본점의 관리 수준이 해외점포에도 일관되게 적용되도록 감독 체계를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고도화되는 디지털 금융 환경 속 IT 보안에 대한 인식 전환도 촉구했다. 이 원장은 영업지원 시스템 등 전자금융거래와 무관한 비핵심 부수시스템으로까지 해킹 등 침해사고 공격 대상이 확대되고 있으며, AI 기술 악용 가능성 등으로 보안 위협이 전방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원장은 "IT 보안에 대해 규제 준수 위주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관련 투자를 단순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며 "보안 취약점을 능동적으로 찾아내는 자율 방어체계를 구축하는 데 이사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