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순자산 465조→417조…10.4% 감소
개인, ETF 6.8조 순매수…레버리지 집중 매수
기관은 7.7조 순매도…반도체 실적·FOMC 분수령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최근 한 달 새 48조원 넘는 순자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약세를 보이며 ETF 시장의 몸집이 줄어든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7조원에 가까운 ETF를 순매수하며 저가매수에 나섰다. 특히 지수 상승에 수익률을 연동한 레버리지 상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증시 반등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ETF의 순자산총액은 지난달 23일 465조4189억원에서 전날 417조300억원으로 약 48조3889억원(-10.40%) 감소했다. 최근 한 달간 국내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으면서 주식형 ETF를 중심으로 자산 평가액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ETF 순자산총액은 펀드가 보유한 자산의 시장가치 등을 반영하는 지표다. 따라서 순자산 감소액 전체를 투자자금 유출로 해석할 수는 없다. 투자자들의 신규 설정과 환매뿐 아니라 기초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손실도 순자산총액에 영향을 미친다.
ETF 시장의 외형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적극적인 매수세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투자자별 ETF 거래실적을 살펴보면 개인투자자는 총 6조8262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역시 5994억원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기관투자자는 7조6735억원을 순매도했으며 기타법인은 2480억원 순매수했다.
특히 최근 1주일간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는 국내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ETF에 집중됐다.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로 순매수액은 1665억원에 달했다. 이어 'KODEX 200'(1088억원), 'KODEX 레버리지'(834억원) 등이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150과 코스피200 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각각 2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2종에만 약 2498억원의 매수 우위가 나타난 셈이다.
특히 같은 기간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13.78%를 기록했다.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개인투자자들이 추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반대로 개인은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반대 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이른바 '곱버스' 상품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453억원 순매도했다. 하락장에서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을 팔고 상승장에서 수익을 얻는 상품을 사들이면서 반등 기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기관투자자들의 매매 방향은 개인과 엇갈렸다. 기관은 같은 기간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1666억원, KODEX 레버리지를 1294억원 각각 순매도했다. 두 상품의 순매도 규모는 총 2960억원에 달한다. 반면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260억원 순매수했다. 다만 기관의 ETF 거래에는 유동성공급자(LP)의 헤지와 차익거래 등이 포함되는 만큼 이를 기관의 일방적인 하락 전망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외국인은 상승과 하락 양방향에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다. KODEX 레버리지를 445억원 순매수하면서도 KODEX 200선물인버스2X와 KODEX 인버스를 각각 180억원, 114억원 사들였다. 반면 KODEX 200은 822억원 순매도했다.
ETF 자금 흐름에서도 저가 매수 심리가 확인된다. 이상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주 코스피가 2.1% 하락했지만, 코스피 대표지수 ETF에는 실효 기준 2조8030억원, 반도체 ETF에는 8160억원이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서는 1367억원이 환매됐다.
이 연구원은 "최근 ETF 수급에서 저가매수 심리가 우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SK하이닉스 실적 발표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이러한 흐름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인들의 공격적인 매수세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달 1~23일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4종을 총 3154억원 순매수했다. 지난 7월 말 투자 규제 강화 이후 월간 기준 처음으로 순매수 전환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증시의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 위험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일정 배율로 추종하기 때문에 지수가 등락을 반복하면 장기 누적 수익률이 단순한 배율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하락과 반등이 반복되는 장세에서는 이른바 '음의 복리 효과'로 손실이 커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향후 시장의 관심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3분기 실적과 미국 통화정책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이번 주 예정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와 수익성, 향후 설비투자 계획 등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역시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승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지속성과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수익성, FOMC 이후 통화정책 방향이 시장의 핵심 변수"라며 "특히 시장 전반의 추세 회복을 위해서는 신용여건 안정과 이익 전망 개선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며 실적 확인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접근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