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발급하는 국가자격증에 태극기 문양이 거꾸로 인쇄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공단은 이 같은 논란을 인지하고 해당 자격증의 디자인을 수정할 예정이다.
26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은 2023년 7월부터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 증명' 카드의 디자인을 변경해 앞뒷면에 태극기 문양을 넣었다. 해당 자격증은 항공안전법 제125조에 근거한 국가전문자격으로, 드론을 비롯한 초경량비행장치를 조종하는 데 필요한 자격을 증명한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시험과 자격증 발급을 담당한다.
문제가 된 건 자격증에 새겨진 태극기 문양의 방향이다. 일반적인 태극기는 태극의 위쪽이 빨간색, 아래쪽이 파란색으로 구성되지만 해당 카드에서는 태극 문양의 위아래가 뒤집힌 것처럼 보인다. '대한민국국기법' 제7조는 국기의 가운데에 태극을 두고 네 모서리에 건곤감리 4괘를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태극의 윗부분은 빨간색, 아랫부분은 파란색으로 정하고 있다.
자격증 소지자들 사이에서도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9일 드론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드론 자격증에 태극기 문양 오류'라는 제목으로 이를 지적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여기엔 "태극기가 그리기 힘든 국기도 아닌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태극기 종류가 여러 개 되는 것도 아니고 좀 제대로 그려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자신이 발급받은 자격증에서도 같은 문양을 확인했다는 회원도 있었다. 이 회원은 "바뀌자마자 재발급한 건데 여태 몰랐다"며 "2024년에도 이랬다"고 적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자격증 발급이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회원은 "조종자 자격을 취득한 뒤 재발급을 신청했는데 배송 준비 상태가 7일 넘게 이어져 문의했더니 자격증 발급 중단 지침이 내려왔다고 하더라"고 했다.
반면 "날리는 태극기의 뒷면인 것 같다"며 보는 방향에 따라 문양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와 관련, 공단 측은 디자인 자체의 오류라기보다는 보는 방향에 따라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이날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오류라기보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제가 된 자격증은 외주업체가 디자인을 맡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공단 측은 해당 디자인이 만들어진 구체적인 경위와 논란을 처음 인지한 시점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새로운 디자인이 마련되면 이후 신청·발급되는 자격증에 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디자인 변경 시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 '거꾸로 태극기' 논란…처음이 아니다?
'거꾸로 태극기' 논란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8월 인천시는 광복절 기념 현수막에 태극기가 거꾸로 그려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설치 이틀 만에 현수막을 철거했다. 당시 인천시가 시청 후문 인근에 설치한 현수막에는 '제81주년 광복절' 문구와 함께 독립운동가가 양손으로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이 담겼다. 그러나 태극 문양의 위쪽이 파란색, 아래쪽이 빨간색으로 표현돼 있다는 지적이 온라인에서 잇따랐다.
이에 인천시는 태극기를 잘못 그린 게 아니라 독립운동가가 흔드는 태극기를 아래에서 올려다본 구도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건곤감리의 위치 등 기본적인 형태에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평면으로 볼 경우 태극기가 뒤집힌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현수막을 철거했다.
지난달엔 비상교육이 발행한 중학교 2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서 태극 문양이 좌우로 뒤집힌 오류가 발견됐다. 문제가 된 부분은 첫 단원인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을 소개하는 삽화로, 태극 문양의 붉은색 둥근 부분이 정상적인 방향과 반대로 그려져 있었다. 이 교과서는 교육부 검정을 거쳐 전국 539개 학교에 약 7만7000권이 배포된 상태였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학부모의 제보를 받아 해당 사실을 알리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태극기 표기 오류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전체 교과서에 수록된 국가 상징물 삽화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비상교육 역시 오류를 수정한 교과서를 재제작해 전량 교체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검토·검수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 정치인도 논란…이재명·김민석의 뒤집힌 배지
정치권에서도 태극기를 거꾸로 사용하거나 잘못 표기해 논란이 된 사례가 잇따른 바 있다.
2024년 7월 10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연임 도전 기자회견에 태극기 배지를 거꾸로 단 채 참석했다. 질의응답 도중 한 기자가 배지 방향을 지적하자 이 대표는 즉석에서 이를 바로잡았다. 당시 이 대표는 "좋은 지적 해 줘서 고맙다. 이거 또 하나의 가십거리가 되겠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했다.
이듬해 5월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집에서 태극기 문양이 잘못 표기된 사실이 확인됐다. 민주당이 당 출입기자들에게 공유한 중앙공약집에 태극기의 건곤감리 4괘가 위아래로 뒤바뀐 이미지가 담긴 것이다. 민주당은 공약집을 처음 배포한 직후 수정 사항이 있다며 파일을 삭제했고, 약 2시간 뒤 수정본을 다시 배포했다. 당시 민주당 관계자는 "특정 의도는 없었다. 단순 인쇄상의 문제가 있었다"며 "최종본에서는 오류를 모두 수정했다"고 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국무총리 당시 태극기 배지를 거꾸로 착용한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그는 지난 1월 전북대에서 열린 K-국정설명회에 이어 같은 해 6월 중국 베이징 칭화대를 방문했을 때도 태극기 배지를 거꾸로 단 모습이 포착됐다.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칭화대에서의 배지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해외에 나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무총리라면 공식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왼쪽 가슴의 태극기 배지가 제대로 달려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한 번이면 실수라고 할 수 있지만, 같은 일이 두 번 반복됐다면 더 이상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태극기가 몇 번이나 거꾸로 등장해야 바로잡겠냐"며 "한 번은 실수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의 공식 행사에서, 선거 공약집에서, 이제는 국가자격증에서까지 비슷한 문제가 거듭 제기되고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공공기관이라면 태극기의 올바른 사용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상징"이라며 "반복되는 실수에 대해 단순한 해명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