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설문, 35%는 "계약 해지 빌미 부당 지시·괴롭힘 경험"…초광역특구법 4년 연장 특례엔 우려
기간제 노동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 10명 중 6명은 계약이 끝난 뒤에도 비정규직 고용 형태를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15%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일부터 7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간제 노동자 차별 실태 조사 결과를 25일 발표했다.
조사에 참여한 직장인 중 기간제 노동 경험이 있는 463명을 대상으로 고용 형태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기존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14.7%에 그쳤다. 반면 같은 직장에서 단시간·파견·용역 등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응답은 30.5%, 다른 직장의 기간제 노동자로 이직했다는 응답은 28.5%였다.
두 응답을 합하면 전체의 59%로, 기간제 근무 이후에도 비정규직 고용 형태를 유지한 경우가 절반을 넘었다.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면서 정규직이 됐다는 응답은 26.3%였다.
기간제 노동 중 겪은 불합리한 상황으로는 고용불안이 가장 많이 꼽혔다. 기간제 근무 중 겪은 불합리한 상황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2.4%가 '정규직 전환 여부가 불확실해 발생하는 고용불안'을 꼽았다. 이어 계약 해지나 불이익이 두려워 부당한 일을 겪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65.4%를 차지했다.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과 상여금 등 금전적 차별을 경험했다는 비율도 65.2%에 달했다. 단순하거나 보조적인 업무에 배치돼 경력을 쌓는 데 한계를 느꼈다는 응답은 60.3%였다.
특히 응답자의 35.4%는 계약 해지를 빌미로 부당한 업무 지시를 받거나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직장인 가운데 81.7%는 '상시·지속 업무에는 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직장갑질119는 이번 조사 발표와 함께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초광역특구법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직장갑질119는 여당이 지난 20일 발의한 초광역특구법이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차별을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기업을 지원하는 이 법안에는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특례가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동특례를 둘러싼 이견으로 입법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안을 두 개로 나눠 발의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특구기업의 고소득 관리자와 전문가·연구개발 인력 등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의 최대 4년 연장 등이 담겼다. 반면 최기상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서는 근로시간과 기간제 사용기간 관련 특례뿐 아니라 외국인투자기업의 무급휴일·파견 확대 조항도 제외됐다.
경영계는 근로시간 규제와 기간제 사용 제한을 완화하면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6단체는 20일 공동 입장문에서 연구개발 근로시간 특례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등을 글로벌 산업경쟁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 요소로 평가했다.
이진아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노동법의 기본 원칙에 예외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결국 기업의 필요에 따라 노동자의 권리가 후퇴하는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두 법안을 병합심사하고 노사정 논의 결과 등을 반영해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