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우리가 AI에게 '맡기면 안 되는' 것들

입력 2026-10-2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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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관련 자료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인공지능(AI) 관련 자료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미국의 신경과학자 재러드 쿠니호바스 박사는 지난 1월 미 상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1997~2010년생으로 분류되는 Z세대는 표준화 학업 평가에서 바로 앞 세대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한 최초의 세대"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9월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5' 보고서에서도 지난해 23개 OECD 주요국 학생들의 평균 학업 성취도가 직전 조사(2022년) 때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은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 지능이 퇴보할 위기라고 모두가 걱정하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문제를 살펴볼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안녕한가요

'생각을 외주화한 사람들'의 표지

'생각을 외주화한 사람들'(정재민, 김영주 지음)은 현대인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원인 모를 공허함, 만성적인 브레인 포그(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처럼 사고력이 저하되는 현상), 주의력 결핍, 자녀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결코 개인의 의지력 부족이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인간의 뇌 구조와 인지적 취약성을 정교하게 파고들어 우리를 기술 앞에 가두고 조종하기 위해 설계된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적 '덫'이 가져온 필연적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디지털 디톡스라는 일시적 처방을 넘어, 이제 우리는 인류가 직면한 '판단력과 사고 상실의 위기'를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고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일상적 편리함의 이면에 숨겨진 실존적 위기를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내 기억의 저장소는 나의 뇌가 아니라 저 밖 어딘가의 데이터 센터로 옮겨가 있다"고 하면서 생각 자체를 외주화하는 현상의 심각성을 말합니다. 우리는 복잡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지?"라고 숙고하는 대신 "이 문제의 해결 방법"을 검색합니다. 고민하고, 연결하고, 추론하는 과정 없이 답만 찾는 것이죠. 이러한 행위에 익숙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AI에게 사고의 주권을 넘겨주는 '지능의 자진 반납'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책은 단순히 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 뇌과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등 방대한 융합 학문적 증거와 실증 연구를 바탕으로 현대인의 삶을 잠식하는 11가지 기술의 덫을 낱낱이 파헤치고 대안까지 함께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스마트폰을 버리거나 AI를 거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합니다. 대신 내 안의 생각 근육을 단련할 때, AI는 비로소 지배자가 아닌 인간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편리함의 대가로 잃고 있는 것

'지능 파산'의 표지

'지능 파산'(한소원 지음)은 심리학자의 눈으로 AI 시대의 근본적인 위기를 진단합니다. 인간은 편리함에 대한 값으로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지능'입니다. 지능은 단지 IQ가 아니라 언어 지능, 대인 관계 지능, 신체 지능을 비롯한 전인적인 능력입니다. 저자는 빅테크가 설계한 중독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인간의 본능을 겨냥하는지 설명하며, 왜 우리가 AI에 쉽게 의존하는지, 누가 가장 AI에 취약한지, 어떻게 해야 AI를 쓰면서도 인간적인 삶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 설명합니다.

이 책은 AI 시대의 인간성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논쟁을 제기하며 지능 파산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는 모든 현대인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AI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할까요?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가장 큰 격차는 AI를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의 지능을 지킨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벌어질 것입니다.

이 책은 전인성의 훼손이라는 거대한 위기를 경고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인지심리학자인 저자는 우리의 머리와 심장을 지키면서 AI를 지혜롭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대학생에게는 과제를 시작하기 전 15분 동안 AI를 끄고 스스로 사고하는 습관을, 직장인에게는 AI에 의존하지 않고 판단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부모에게는 아이의 건강한 발달을 지켜 줄 수 있는 원칙을 제안합니다. 나아가 기업에는 책임 있는 플랫폼 설계를 요구하고, 공공 규제를 통해 균형을 찾는 미래를 상상하게 만듭니다. "나와 우리 아이들의 지능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삶의 기쁨을 지키기 위해 진짜 위기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쉽지 않지만 반드시 고민해야 할 물음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