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에도 휘청이는 증시…동학개미는 국장 떠난다

입력 2026-10-23 09:25:51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투자자예탁금 9개월 만에 90조 붕괴…이달만 15조 증발
빚투·거래대금도 뚝…지친 개미 자금은 美 증시로

연합뉴스
연합뉴스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처음 넘어서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정작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 등을 돌리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9개월 만에 90조원 아래로 내려앉았고 빚을 내 투자한 '빚투'까지 줄면서 반등을 떠받칠 실탄이 바닥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89조6343억원으로 집계됐다. 90조원을 밑돈 것은 올해 1월 14일(89조3099억원) 이후 9개월여 만이다.

예탁금은 7거래일 연속 줄며 올해 최저치인 1월 13일(88조489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6월 4일 139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찍은 것과 비교하면 넉 달여 만에 50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돈으로, 증시로 들어올 대기성 자금을 가늠하는 지표다. 통상 상승장에서는 늘고 하락장에서는 줄어든다. 이달 들어서만 15조원 가까이 빠졌다. 그만큼 급락장을 받쳐줄 개인의 저가 매수 여력이 약해졌다는 의미다.

실적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고, SK하이닉스도 역대급 실적이 예상된다.

그런데도 이달 들어 코스피는 7000대에서 5500대까지 밀렸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이 기간 20~30% 내렸다. 기록적인 이익도 떠나는 개미를 붙잡지 못한 셈이다.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들도 발을 빼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초 33조3901억원에서 지난 21일 30조2710억원으로 3조원 넘게 줄었다. 지난 8월 1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가가 빠지면서 강제로 주식이 팔리는 반대매매가 늘고 투자자들이 서둘러 빚을 갚은 결과다. 특히 반도체 대형주에서 신용융자가 빠르게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3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줄어 약 6500억원, 삼성전자도 5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반대매매도 부담을 키웠다. 지난 12일부터 8거래일 연속 위탁매매 미수금이 1조원을 웃돌았고 같은 기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4000억원에 육박했다. 미수금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주가가 더 빠지면 추가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거래 자체도 급감했다. 지난 20일 유가증권시장 하루 거래대금은 17조원 수준으로, 지난 5월 29일 80조원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할 때 급격히 줄었다. 변동성에 지친 투자자들이 아예 거래를 줄이면서 시장의 활력을 보여주는 지표가 일제히 가라앉고 있다.

국내를 빠져나간 돈은 해외로 향하고 있다.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순매수는 올해 4~5월만 해도 순매도였지만 6월 반등 이후 7월 46억달러까지 불어났다. 8~9월 다시 주춤했지만 이달 들어 매수세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지난 21일까지 48억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식어버린 투자심리가 단기간에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의 유입 속도가 코스피 흐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며 "국내 증시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고 진단했다.

국내 증시가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대형주의 실적 개선뿐 아니라 향후 이익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의 호실적이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내년 이후 실적 전망으로 향하고 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2개월 선행 전망치 등으로 시장의 미래이익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는 않는다"면서 "2027년 이익전망치 상향 및 2028년 이익에 대한 신뢰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