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투기 소음 견딘 예천…돌아온 건 또 다른 희생

입력 2026-10-22 16: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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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 명분 아래 반세기 군공항 피해 감내했지만 이제 안된다"

최근 예천군의회 앞에서 군공항 활주로 확장과 전력 이전 배치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반대 주민들은 매주 수요일 예천 제16전투비행단 앞에서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윤영민 기자
최근 예천군의회 앞에서 군공항 활주로 확장과 전력 이전 배치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반대 주민들은 매주 수요일 예천 제16전투비행단 앞에서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윤영민 기자

경북 예천 주민들에게 군용기 소음은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일상의 고통이다. 국가안보와 지역 발전을 위해 감내해 온 희생이지만, 정부가 광주 군공항의 훈련기 전력을 예천으로 옮기기로 하면서 주민들은 또다시 추가 피해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예천 제16전투비행단은 1970년대부터 지역에 주둔해 왔다. 군부대가 들어서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주민들은 수십 년 동안 군용기 이착륙 소음과 각종 생활 불편을 겪어 왔다. 특히 기지와 가까운 마을에서는 항공기 소음으로 평온한 일상을 누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군소음 피해보상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주민들이 겪는 불편을 모두 해결하지는 못한다. 소음영향도에 따라 보상 대상과 금액이 달라지는 데다 보상금을 받더라도 소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금전적 보상 못지않게 조용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게다가 예천기지 복수활주로 건설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국방부는 유천·개포면 일대 89만7천212㎡를 편입해 2031년 말까지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주민설명회가 반발 속에 파행을 겪었고, 이후 주민들의 집회와 차량 시위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공군은 지난 20일 광주 군공항의 T-50 고등훈련기 2개 교육대대를 예천으로 임시 이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국정감사에서 이전 계획부터 발표한 것이다. 예천군과 군의회가 이튿날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주민들도 우려에서 분노로 바뀌고 있다. 지역 주민과 각 단체 등이 매주 반대 집회를 벌여왔음에도 일방적 통보를 선택한 정부를 향해 강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터뜨리고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단순한 군 전력 재배치를 넘어 지역 간 형평성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정부가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에 속도를 내는 만큼 예천 주민들이 감당할 피해와 지역 발전에 대한 보상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군공항 전력 이전 배치 반대 단체 관계자는 "일방적인 통보로 인해 소통과 피해 보상이 아닌 이전 전면 반대로 여론이 바뀌고 있다"며 "주민들의 불안과 분노를 키운 점부터 충분히 사과하고 지자체와 주민과 함께 원점에서 다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