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엔 반도체 짓고, 50년 소음 견딘 예천엔 또 전투기...일방 통보에 주민들 분노

입력 2026-10-22 16: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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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1전비 훈련비행대대 2곳 예천 이전 추진 반도체 산단 조성 위해 군 전력 분산

예천 용궁면 한 마을의 빈집. 인근 제16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하는 전투기 소음은 일상 대화가 안될 정도였다. 마을 주민은
예천 용궁면 한 마을의 빈집. 인근 제16전투비행단에서 발생하는 전투기 소음은 일상 대화가 안될 정도였다. 마을 주민은 "지금도 시끄러워 못 살겠다고 나간 이웃들이 많은데 비행기 소음이 더 시끄러워지면 아무도 마을에 남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영민 기자◇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광주 군공항 일부 전력의 경북 예천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주민 등 지역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호남에는 첨단산업 육성을 통한 번영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반세기 가까이 군용기 소음에 시달려 온 지역에는 또다시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22일 예천군 등에 따르면 공군은 지난 20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광주 제1전투비행단 소속 T-50 고등훈련기 2개 교육대대를 예천기지로 임시 이전하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광주 군공항 부지에 추진 중인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조치다.

안병윤 예천군수와 김홍년 예천군의회 의장은 21일 공동명의로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이전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군과 군의회는 "주민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계획을 충분한 협의 없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일방적으로 공식화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에 주민 협의체 구성과 소음 저감·안전 대책, 현실적인 피해보상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경북 북부권에 첨단산업 육성과 기업 유치, 국가 투자 등 실질적인 성장 기회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안 군수와 김 의장은 "국가 정책을 이유로 특정 지역에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성장의 기회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복수활주로 건설에다 광주 훈련기 이전까지 겹치면 소음 등 추가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반세기 가까이 군공항으로 인한 피해를 감내해 온 주민들에게 정부가 주민 의견 수렴 없이 통보에 가까운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광주가 반도체 산업단지를 통해 경제적 혜택을 얻게 되는 반면 예천은 추가 소음과 생활환경 악화를 떠안는 구조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국가 정책에 따른 부담과 혜택이 특정 지역에 불균형하게 배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호남과 영남의 지역감정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천 군공항 인근 주민은 "군공항 이전 확정이나 계획을 주민들은 물론 지자체도 TV와 신문을 통해 일방적으로 통보받고 있다"며 "광주 발전을 위해 예천이 희생한다는 생각에 없던 지역감정도 생긴다"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