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준 서경대학교 교수
2017년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 테러 직후 미국 측에서 수사정보가 언론에 유출되자 영국 경찰은 미국과의 관련 정보공유를 일시 중단했다. 영국 정부가 강하게 항의한 뒤 미국 측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협력은 신속히 재개됐다. 정보협력은 동맹이라는 이름만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그 파장도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최근 한·미 정보협력을 둘러싼 논란도 사실관계와 파장을 신중히 살펴야 한다. 국정원 직원 일부의 미국 비자 발급 지연과 한·미·일 사이버 위협 대응 회의에서의 국정원 불참이 알려졌고, 이종석 국정원장의 미국 국가지리정보국(NGA) 방문이 거부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정원은 관련 보도를 해명하고, NGA 방문 거부 보도에 대해서는 지난 13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조정을 신청했다. 공개적인 공방을 넘어 공식적인 조정 절차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확인된 사실과 그 원인에 관한 주장,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의혹은 구별해야 한다. 국정원은 비자 발급 지연이 정보협력과 무관한 절차적 문제이고, 사이버 회의 불참 당시의 오해도 해소됐으며, NGA 방문 계획 자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명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측의 신뢰에 실제로 변화가 생긴 건 아닌지, 왜 이 시점에 이런 논란이 잇따르는지, 민감한 정보가 부적절하게 노출되지는 않았는지 국정원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정보기관의 특수성이다. 정보요원들에게는 '자랑할 수도, 변명할 수도 없다'는 말이 있다. 보안상 성과 공개가 어렵고 의혹을 해명하려 해도 정보의 출처와 수집 방법, 협력 상대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보기관의 비밀유지 의무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책임이 충돌하는 지점이다. 그렇기에 정보기관은 업무 처리와 대외 접촉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비밀유지가 정보활동의 잘못까지 보호하는 방패가 되어선 안 된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에 관한 정보판단을 전쟁의 핵심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전쟁 후 대규모 비축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사후 조사에서 집단사고와 정보분석의 오류를 지적했다. 정보기관의 전문성은 존중하되, 정보활동 전반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필요하다.
다만 정보기관에 대한 감독은 일반 행정기관과 달리 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정치권과 언론이 충분한 근거 없이 의혹을 확대·재생산하면 정보기관의 대내외 신뢰가 흔들리고 정보협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구나 공방 과정에서 정보요원의 신원과 활동 내용, 협력국과 공유한 비공개 정보까지 노출되고, 결과적으로 정보역량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등 공식적인 통제체계를 통한 검증을 강화하고, 의혹 제기와 보도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정원 또한 비밀을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설명과 사실 확인에는 성실히 응해야 한다.
한·미 정보협력은 수십 년간 축적된 정보자산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상대가 제공한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약속한 절차를 지키며, 문제가 생기면 책임 있게 해결하는 과정에서 협력관계는 더욱 굳어진다. 개별 사안에서 이견이나 제한이 발생했다고 협력체계 전체가 흔들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작은 마찰이라도 방치하면 관계에 균열이 생길 소지가 있다. 국정원은 실무 현장부터 점검해 정보공유나 인적 교류 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오해와 이견이 있다면 조기에 해소해야 한다.
이번 논란은 한·미 정보협력의 취약점도 돌아보게 한다. 미국에 대한 정보 의존도를 줄이려면 독자적인 정보수집·분석 역량을 확충하고, 미국이 필요로 하는 차별화된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한편 동맹국과 정보협력을 강화하더라도 자국의 안보를 위한 외사방첩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2014년 독일은 자국 정보기관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미국에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잇따르자 미 중앙정보국(CIA) 베를린 주재 책임자의 출국을 요구하면서도 양국의 안보협력은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보협력의 상호성과 외사방첩 역량을 함께 갖출 필요가 있다. 정보기관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국정원 역시 이번 기회에 잇따른 논란의 원인을 냉정하게 살피고 정보협력 체계에 허점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