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역 없는 수사' 하라면서 중수청·공소청장 국무회의 배석시키나

입력 2026-10-21 05:00:00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은 임명장을 받은 다음 날(20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배석(陪席)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해 불문율처럼 지켜온 불참(不參) 관례가 깨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부처 소속 외청(外廳)도 참석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구자현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중수청과 공소청, 경찰청의 직무대행들도 배석해 왔다. 수사기관의 정식 수장(首長)이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조직법 등을 근거로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제도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것은 별개다. 대통령의 지휘·감독 권한이 수사기관의 중립성보다 앞설 수는 없다.

수사기관은 대통령과 장관들도 수사할 수 있어야 한다. 공소기관 역시 권력자의 사건이라고 해서 기소(起訴)와 공소 유지를 주저해선 안 된다. 그런데 수사·공소기관 수장이 국무회의에 배석해 국정 방향과 정부 방침을 공유한다면 어떻겠는가. 구체적인 사건 지시가 없더라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중립성은 실제로 외압(外壓)이 있었는지만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외압이 작동할 수 있다는 의심까지 차단해야 중립성이 확보된다. 중수청법과 공소청법에 지휘·감독 제한 규정을 둔 취지도 권력의 수사 개입을 막으려는 데 있다. 오죽하면 참여연대가 '수사·공소 유지 기관장의 국무회의 정례 참석'을 반대했겠나.

정부는 수사·기소의 독립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검찰청을 없애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출범시켰다. 그런데 이들 기관이 출범부터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권력과 수사기관 사이엔 분명한 거리가 있어야 한다. 독립성·중립성 확보의 필수 조건이다. 김 중수청장은 취임 일성(一聲)으로 '수사의 정치화 청산'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국무회의 참석 문제에서도 독립성을 지킬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참모 조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