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목 79만4천568그루, 전국의 44.8% 차지
포항·경주·안동 '극심'…전국 피해도 5년 새 5.8배
경북의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전국 피해가 2022년부터 다시 급증한 가운데 올해 피해목의 절반 가까이가 경북에 집중됐다. 포항·경주·안동은 전국에서도 피해가 가장 심한 지역으로 분류됐고, 울진 금강송과 도내 명품 소나무까지 위협받고 있다.
◆천연기념물도 재선충 못 피해
20일 오후 1시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북송리 북천수 앞. 조선시대부터 홍수와 바람을 막아온 이 소나무숲은 일제강점기인 1938년 발간된 '조선의 임수'에도 기록된 천연기념물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마을을 지켜왔다는 설명이 무색하게 푸른 소나무 사이로 누렇게 뜬 소나무들이 눈에 띄었다.
잎이 누렇게 뜬 소나무에는 붉은 띠가 매여 있었다. 말라죽은 소나무를 표시한 것이다. 붉은 띠가 매인 나무에 가까이 다가가자 띠에 적힌 '33'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고사목에 부여된 번호였다.
숲길바닥 곳곳에는 이미 잘려 나간 소나무의 밑동만 남아 있었다. 앞서 방제가 이뤄진 흔적이다.
이곳을 지나가던 한 주민은 올해부터 재선충병이 급속도로 확산됐다고 했다. 그는 "흥해에는 이렇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이 몇 없어서 저녁에도 사람들이 제법 많이 찾는다"며 "작년만 해도 숲이 멀쩡했는데 소나무가 다 죽을까 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5년 새 5.8배…전국 피해 절반 경북 집중
전국 소나무재선충 피해의 절반이 경북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은 올해 177만2천985그루다. 2021년 30만7천919그루와 비교하면 5년 만에 5.8배로 늘었다.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많은 규모다.
전국 피해는 2017년 99만2천363그루에서 2019년 49만693그루, 2021년 30만7천919그루까지 줄었다. 하지만 2023년 106만5천967그루, 2024년 89만9천17그루, 지난해 148만6천338그루, 올해 177만2천985그루까지 불어났다.
특히 경북의 피해가 심각하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도내 피해 고사목은 79만4천568그루로 전국의 44.8%를 차지했다. 울릉을 제외한 도내 21개 시·군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경북 피해목은 2022년 11만3천여 그루에서 2024년 39만8천여 그루, 올해 79만4천여 그루로 늘었다. 2022년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약 7배다. 최근 5년간 경북 피해목만 254만5천843그루로 전국의 45.4%에 달한다.
피해지역도 경북에 몰렸다. 피해등급은 ▷경미 1천 그루 미만 ▷경 1천~1만 그루 ▷중 1만~3만 그루 ▷심 3만~5만 그루 ▷극심 5만 그루 이상으로 나뉜다. 전국 6곳의 '극심' 지역 가운데 포항·경주·안동 등 3곳이 경북이다. '심' 지역에도 구미·김천·영덕·고령·성주·칠곡 등 6곳이 포함됐다.
경북에 피해가 집중된 데는 넓은 소나무숲이 영향을 미친으로 보인다. 경북의 소나무림은 약 46만㏊로 전국의 27%를 차지해 시·도 가운데 가장 넓다. 감염원이 확산할 수 있는 소나무가 많은 데다 피해지역도 넓어 방제 부담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상고온과 가뭄도 확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 피해가 여러 시·군에 걸쳐 번지는 반면 방제는 행정구역 단위로 이뤄져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산림당국은 "고온과 가뭄으로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의 우화 시기가 빨라지고 활동기간도 길어져 재선충 확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감에서 이슈 된 재선충
소나무재선충은 국감에서도 이슈로 떠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인력과 재정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확산세를 따라잡기 어렵다며 국가 차원의 방제 강화와 울진 금강송 등 핵심 소나무 군락지 보호를 주문했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산림청 국감에서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재선충 피해 소나무를 직접 들고 나와 경북지역 피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특히 재선충이 울진 금강소나무 군락지 주변까지 확산하고 있다며 보호가치가 높은 산림에 방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피해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기존 방제정책의 효과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소나무 군락지가 사라진 뒤 대응하는 것은 늦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에 집중된 방제 부담도 도마에 올랐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림청이 직접 관리하는 국유림과 지자체 관리 산림의 방제율에 큰 차이가 난다며 지방비 부담을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재선충병을 국가적 전염병·재난으로 보고 방제비의 국가 부담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도 1988년 국내에서 재선충병이 처음 확인된 뒤 수십 년간 방제를 이어왔지만 확산을 막지 못했다며 범정부 대응을 주문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방정부의 병해충 전담 인력이 평균 0.87명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예산과 전문인력을 국가가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올해 방제하지 못한 감염목 66만 그루는 내년 산림을 초토화할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며 "산림청은 예산을 대폭 확충하고 전담 인력이 부족한 지자체에 예비비와 전문 인력을 전폭 투입해 국가 책임 방제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