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연금 대기 3천688건…수요예측 못해 예산은 뒤늦게 증액
경북 예천에 사는 B(74) 씨는 지난해 허리 수술을 받은 뒤 40년 넘게 짓던 논농사를 사실상 그만뒀다. 자녀들은 모두 도시에서 생활해 농사를 이어받을 사람이 없고, 농지를 팔려고 내놨지만 1년 가까이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이웃에게 농사를 맡기는 것도 농지조사가 시작된 뒤 부담스러워지자 올해 봄 농지연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농지연금 신청자들이 몰린 탓에 수개월이 지난 현재도 가입을 기다리고 있다. 농지를 팔 수도, 직접 농사를 계속 지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기대했던 농지연금마저 늦어져 노후 계획도 꼬였다.
B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농사는 못 짓고, 땅은 팔리지 않고, 연금까지 늦어지니 당장 생활비가 가장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지연금 신청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와 뒤늦은 예산 증액을 두고 탁상행정 지적이 나온다. 농지연금은 고령농이 농지를 담보로 매달 생활비를 받는 제도다.
국가데이터처 동북지방통계청의 '최근 10년 경북 농업 변화'에 따르면 2024년 경북 농가인구 32만명 가운데 65세 이상은 18만9천명으로 59.2%에 달했다. 2015년 42.0%보다 17.2% 높아졌다.
반면 농사를 이어갈 생산연령 인구는 급감했다. 15~64세 농가인구는 같은 기간 21만8천명에서 12만3천명으로 43.4% 줄었다. 은퇴할 농민은 늘지만 농지를 이어받을 사람은 줄고 있는 셈이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지연금 가입 대기는 지난해 말 1천892건에서 올해 8월 3천688건으로 94.9% 증가했다. 경북은 507건에서 930건으로 늘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올해 8월까지 신청 4천988건 가운데 신규 가입은 1천300건에 그쳤다.
농식품부는 내년도 농지연금 예산을 올해 2천766억원에서 3천444억원으로 24.5% 늘렸다. 농지 매입 등을 위한 맞춤형 농지지원 예산도 1조8천77억원에서 2조2천617억원으로 25.1% 증액했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둔화 등으로 농지연금 수요가 예상보다 늘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문제는 앞으로 수요가 더 늘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가 농지조사 후속 대책으로 직접 경작이 어려운 고령농에게 농지연금과 농지은행 이용을 권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지역별 고령화와 가입 수요를 반영한 예산·심사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적체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