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같은 말을 참 많이 하게 된다.
"책 펴세요." "여기까지 읽어 보세요." "한번 생각해 봅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의 반응은 늘 다르다. 바로 움직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주변을 한참 살피는 아이도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가만히 있는 아이도 있다. 아이마다 다르고, 같은 아이도 그날의 컨디션이나 마음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수업에서 '무슨 말을 해야 아이들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일까'를 자주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교육을 학생들에게 억지로 맞추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잘 전달하고, 아이들도 그 의미를 이해하면서 함께 그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는 것이 교사의 말이다.
◆정확한 지시하기
수업을 하다 보면 "생각해 봐", "잘 정리해 봐", "친구들과 이야기해 봐" 같은 말을 자연스럽게 한다.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말이라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친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려고 한다.
"생각해 봐" 대신 "이 글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을 한 문장으로 써 보자", "토의해 봐" 대신 "내 생각을 먼저 한 문장으로 적고, 그 이유를 친구에게 이야기해 보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정확한 지시는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내가 수업에서 하고 싶은 일을 아이들이 실제로 해 볼 수 있도록 내 머릿속의 생각을 행동으로 바꾸어 말해 주는 것에 가깝다.
◆스몰스텝의 원리로 말하기
교사는 수업의 처음과 끝을 알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한 문장 안에 너무 많은 것을 담게 된다.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조사해서 내용을 정리하고 발표 자료까지 만들어 보세요."
나에게는 익숙한 수업의 흐름이지만, 어떤 아이에게는 시작부터 막막할 수 있다. 그럴 때는 그냥 하나씩 말한다.
"일단 주제부터 하나 정해 봅시다."
아이들이 주제를 정하면, "됐나요? 그럼 자료 하나만 찾아봅시다."
그리고 또 하나. "찾았으면 가장 중요한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적어 봅시다."
이렇게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 따라온다. 특히 처음에는 "못 하겠다"고 하던 아이가 하나를 해내고, 그다음 것을 해내는 모습을 보면 스몰스텝의 힘을 느낀다. 스몰스텝은 아이들에게 쉬운 것만 시키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큰 목표 앞에서 '어? 나 할 수 있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속마음을 잘 표현하는 언어 선택하기
교사의 말에는 표현되지 않은 마음이 함께 들어 있을 때가 많다.
"조용히 해"라는 말 뒤에는 '선생님이 너희 이야기를 듣고 싶어'가 있을 수 있고, "다시 해"라는 말 뒤에는 '조금 더 잘해 냈으면 좋겠어'라는 기대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아이들은 때때로 우리가 말하지 않은 그 마음까지 알아차리지는 못한다.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다.
별일 아닌 일에 울고 있는 여학생에게 "네 감정은 네가 알아서 해야지"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조절하는 것은 분명 배워야 하는 일이니까. 다만 그 아이에게 내가 정말 말해 주고 싶었던 것은 '울지 마'가 아니었다.
'네 감정을 스스로 알아보고, 진정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해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너 스스로 네 감정을 알아차리고,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잘 해석하는 시기야. 선생님은 네가 스스로 진정하고 이런 부분을 잘 배워나갔으면 좋겠어."
물론 교사가 매 순간 가장 좋은 말을 골라 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도 사람이고, 교실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나 역시 말하고 나서 '아, 조금 다르게 말할 걸' 생각할 때가 있다.
다만 내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행동만 전달하기보다 왜 그것을 바라는지까지 함께 이야기해 주는 것은 노력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교사의 마음을 읽는 사람은 아니니까.
결국 내가 꿈꾸는 교육은 아이들이 내 말대로 움직이는 교실이 아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이들도 이해하고, 그 의미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는 교실이다. 그러려면 정확하게 말해야 하고, 때로는 한 걸음씩 나누어 말해야 하고, 내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교사의 말이 아이를 끌고 가는 힘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걸어갈 수 있도록 방향을 보여 주는 말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아직 그 말을 배우는 중이다.
교실전달자(중학교 교사, 조운목 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