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도 사람들이 믿게 되면 사실이 된다. 굳이 '전설에 따르면'이라고 할 필요가 없다."
조선일보 기자로 오랜 시간 '땅의 역사'를 연재한 박종인 작가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과 과거 나눴던 '독특한 대화' 일부를 공개했다. 최근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중앙박물관에 자신의 5만원짜리 소장품을 애국지사 작품으로 출품했다가 동명이인 친일파의 것으로 드러나 뭇매를 맞고 있는 유 관장의 역사관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화였다.
박 작가는 19일 오후 매일신문 유튜브 '금요비대위'에 출연해 "내가 유 관장에게 '전설이면 전설이라고 해야 한다. 언론에서 이걸 전설이 아닌 사실처럼 당신 이야기와 책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고 했더나 저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 대화는 박 작가가 유 관장의 베스트 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내용 가운데 이상한 부분이 있어 시작됐다고 한다. 유 관장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해남 대흥사를 다루며 추사 김정희 관련된 이야기를 적어 놨는데 박 작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흥사 승려도 '잘 모르는 이야기'였다고 한다. 이에 박 작가는 유 관장에게 전화를 걸어 "쓰신 내용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며 이어진 대화였다.
박 작가는 "유 관장이 이렇게 얘기하는 걸 듣고 바로 녹음기를 켰다. 그런 뒤 거듭 물었는데도 그 얘기를 그대로 하더라"라며 "유 관장은 스스로 학자라고 하는데 학자는 팩트가 생명이다. 기자 보다 더 철저해야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든 뭐든 유 관장이 쓴 글이나 하는 얘기는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유 관장 때문에 한국이 베트남에서 국제 망신을 당한 일화도 공개했다. 2017년 11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개막 축하 영상 메시지에 "베트남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호찌민 주석의 애독서가 조선시대 유학자 정약용 선생이 쓴 목민심서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라고 했다.
이미 10년도 전에 거짓으로 드러난 얘기를 문 대통령이 이어간 것이었다. 2006년 연합뉴스 베트남 특파원이 호찌민 박물관장을 인터뷰했는데 관장이 '당신들은 중국하고 일본더러 자꾸 역사를 왜곡한다고 비판하면서 우리 베트남하고 한국 역사를 이렇게 왜곡하면 어떻게 하냐. 호찌민이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봤다는 그런 사실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국제 망신이 발생한 배경엔 시인 고은과 유 관장이 있었다. 박 작가는 "유 관장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편인 강진 편에 '베트남 국부 호찌민이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개혁 방안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열심히 탐독했다. 목민심서를 자기 머리맡에 두고 읽다가 죽었다. 호찌민과 조선의 젊은 선비 정약용 그리고 대한민국이 이렇게 연결돼 있다'고 썼다"며 "이건 시인 고은이 1988년 한겨레신문 뒤 '정약용의 반제국성, 호치민의 반제국성'이란 글에 목민심서를 갖다 집어넣어서 마음대로 거짓말을 쓴 것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지어내고 유 관장이 '유통공신'이 된 것이었다. 그는 "같이 몰려 다니는 고은과 황석영, 유 관장을 '3대 구라'라고 부른다. 서로 회전문처럼 서로의 글을 주고 받다가 사실처럼 굳어지는 것"이라며 "정약용이 태어난 곳이 남양주인데 2017년 남양주시가 호찌민이 태어난 베트남의 빈시(市)에 돈을 지원해 '남양주다산로'라는 길이 만들어졌다. 거짓말 하나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사기극으로 커져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유 관장은 아직도 자신의 책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놔두고 있다. 내가 겪어본 바로 유 관장은 평소 태도는 학자의 자세가 아니다. 그냥 이야기꾼이다. 이야기 먼저 해 놓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이라며 "책 하나로 뜨면서 그 오류가 마치 팩트인 것처럼 계속 돌아다니며 강연을 하고 이를 수입으로 삼는 게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대중적 영향력으로 한쪽 진영에서 인정 받아 현재 중앙박물관장까지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언가 확인도 안 된 것을 알 수 없는 의도로 저렇게 대중한테 내놓고 흘러가듯 살아온 것 같은데 이번에 완전히 들통 나버린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