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TPP 원점 재검토에 한숨 돌린 경북 농업…품목별 대응책은 '공백'

입력 2026-10-16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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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 생산액 전국 32.8% 차지…사과·자두·포도 등 1위
道 "피해 추산 나와야 전략 가능"…농식품부 "가입 확정 뒤 마련"

15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15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저지 농림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 소속회원들이 전국 농어민대회 기자회견에 앞서 결사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의 원점 재검토를 지시하고 연내 가입 신청 보류를 주문하면서 전국 과실 생산액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경북 농가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가입 가능성이 완전히 닫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경북도는 품목별 피해 규모를 파악하지 못해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6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CPTPP 가입 시 발효 후 15년간 농업 생산은 연평균 7천100억원 줄어든다. 수산업 817억원, 임업 606억원을 더하면 농림수산업 전체 감소액은 연 8천500억원 안팎이다.

농업 현장에서는 경북이 가입 시 피해가 집중될 수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경북도가 지난해 말 국가데이터처 발표를 바탕으로 자체 추정한 2024년 도내 농림업생산액은 10조6천834억원으로 전국의 16.9%를 차지한다. 분야별 전국 점유율은 과실 32.8%, 채소 13.4%, 식량작물 12.4%다. 품목별로는 사과·자두·포도·복숭아가 전국 1위다. 고추와 참외도 1위로, 전국 주요 농산물 상당량이 경북에서 나온다.

경북도는 CPTPP 발효에 대비해 ▷피해보전직불·폐업지원 연장 및 재도입 ▷피해품목 생산·유통 인프라 확충 ▷농업인 역량 강화 ▷금융·세제 지원 강화 ▷연구개발(R&D) 확대 등 제도 개선을 계획하고 있다. 공익직불제 확대 개편, 청년·후계농과 고령농 지원 강화, 재해보험 등 재해 대응체계 확충, 농촌 정주여건 개선과 복지 지원 확대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품목별 경쟁력 확보 방안 같은 구체적인 대책은 없다. 정부는 영향분석 결과가 잠정 전망치이며 실제 영향은 가입 협상에서 정해질 품목별 개방 수준과 시장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품목별·지역별 피해 추산이 나오지 않으면서 경북도는 사실상 정부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품목별 피해액 산출이 구체화돼야 도 차원의 전략 마련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도는 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을 중심으로 정책사업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입 여부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 보전 대책을 논의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가입이 확정된 뒤 피해 대책을 마련하는 게 순서라는 것.

하지만 학계에서는 가입 확정 이후 대책을 세우면 늦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농수산물이 외국에 비해 물리적·환경적 여건상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만큼 품종 개량과 가공·발효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등 차별화 전략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삼빈 계명대 식품가공학과 명예교수는 "드넓은 땅에서 대규모·대량 생산이 가능한 외국 농수산품에 비해서는 국내산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비교해서도 우리 원료 가격이 비싸서 생산 단가도 높고 인건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품종 개량을 통해 일반 품목보다 기능·성분이 우수한 고급 품종을 개발하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원물 판매에 그칠 게 아니라 가공·발효식품을 통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