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에만 마약했다"는 버스기사…승객 태우고 2시간 운행

입력 2026-10-14 12:32:22 수정 2026-10-14 13: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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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필로폰 13차례 투약
수원지법 안산지원, 40대 중국 국적 기사에 징역 2년 6개월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필로폰을 투약한 뒤 약물의 영향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한 40대 기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쉬는 날에만 마약을 투약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이 투약 시점과 근무 기록을 대조하면서 실제 버스 운행 사실이 드러났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2단독 정진우 판사는 마약류관리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의 40대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A씨에게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교육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은 필로폰을 투약한 상태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한 사실이 인정돼 죄책이 무겁다"며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국내에서 벌금형을 초과하는 범죄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경기 안산의 한 운수업체에서 시내버스 기사로 일하던 A씨는 지난 5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모두 13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그의 마약 투약 사실은 음주운전 단속 과정에서 드러났다.

A씨는 지난 7월 23일 오전 3시 50분쯤 경기 시흥에서 안산에 있는 자신의 집 인근까지 약 13㎞를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을 넘는 0.102%였다. A씨는 도로 한가운데 차량을 세운 채 잠들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차량을 수색하던 중 '후리베이스'로 불리는 필로폰 흡입 도구를 발견했고, 이를 계기로 마약 투약 혐의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판매자와 접촉한 뒤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매한 필로폰은 주거지 주변에 세워둔 차량 안에서 투약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비번(쉬는 날)에만 투약해 버스 운행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 마약 투약 시점과 버스 운행 기록을 비교한 결과, 투약한 지 7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한 사례가 적발됐다.

A씨는 지난 6월 11일 오후 11시 30분쯤까지 필로폰을 투약한 뒤 이튿날인 12일 오전 6시 5분쯤부터 오전 8시쯤까지 약 2시간 동안 시내버스를 운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7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A씨는 7월 21일 오후 11시까지 필로폰을 투약한 뒤 다음 날인 22일 오전 5시 50분쯤부터 오전 6시 45분쯤까지 버스를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7월 11일에는 필로폰을 투약한 직후인 오전 10시 12분쯤 자신의 승용차를 직접 운전한 사실도 확인됐다.

수사기관은 흡입 방식으로 투약한 필로폰의 영향이 약 12시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 등을 토대로 A씨의 약물 운전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