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시행, 세 번 나눠 쓰고 출산 후 120일 지나면 소멸 남성 사용률 8.3%…중소기업 대체인력 부족이 남은 고비
출산을 앞둔 가정에서 남편이 쓸 수 있는 휴가의 모양이 달라졌다. 지난달 18일부터 '배우자 출산휴가'는 '배우자 출산전후휴가'로 이름을 바꾸고 출산예정일 50일 전부터 쓸 수 있게 됐다. 아내가 유산하거나 사산했을 때 남편이 쓰는 휴가도 새로 생겼다. 다만 이 휴가는 사유가 생긴 날부터 20일 안에 청구하지 않으면 권리가 사라진다. 올가을 출산이 예정된 가정이라면 날짜 계산부터 해 둘 필요가 있다.
◆출산 전 50일부터, 네 토막으로 나눠 쓴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출산 후'에 묶여 있던 남편 휴가의 시작점을 앞당긴 것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은 배우자 출산전후휴가를 출산예정일 50일 전부터 쓸 수 있도록 정했다. 휴가 일수는 기존 열흘에서 20일로 두 배가 됐고, 전부 유급이다.
나눠 쓰는 방식도 달라졌다. 전에는 한 번만 쪼갤 수 있었지만 이제는 세 번까지 분할해 모두 네 구간으로 쓸 수 있다. 20일을 전부 출산 전에 써도 된다. 고용노동부는 임신 후반기에 조기 진통으로 입원한 아내를 간호하려고 남편이 출산예정일 한 달 전부터 휴가를 나눠 쓰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20일은 근무일 기준, 출산 후 120일 지나면 끝
휴가 일수를 셀 때 주말과 공휴일은 들어가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근로 제공 의무가 없는 날을 일수에서 빼도록 하고 있어, 실제 쉬는 기간은 4주 정도가 된다. 세종시직장맘지원센터는 상담 창구에서 이 산정 기준과 함께 기한을 셀 때 첫날을 넣지 않는 민법 원칙을 안내하고 있다.
끝나는 시점도 정해져 있다. 배우자 출산전후휴가는 출산일로부터 120일이 지나면 소멸한다. 출산 전에 쓰지 못한 날이 있어도 이 기한을 넘기면 쓸 수 없다. 사업주가 법이 정한 휴가를 주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유산·사산 땐 '20일 안에 청구'가 관건
새로 생긴 배우자 유산·사산휴가는 남편에게도 쉴 권리를 처음 준 제도다. 남성 근로자는 아내가 유산하거나 사산했을 때 5일 범위에서 휴가를 쓸 수 있고, 처음 3일은 유급이다. 우선지원대상기업 근로자는 이 3일분 급여를 정부가 지원하며 하루 상한은 8만4천210원이다.
문제는 기한이다. 법은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20일 안에 청구하도록 했다. 고용노동부는 아내가 9월 1일 유산했다면 9월 21일 전까지 신청해 휴가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사업주 동의를 얻어 나눠 쓰더라도 마지막 휴가의 시작일이 20일 안에 들어와야 한다.
노동법률 전문가와 직장맘지원센터 상담 창구에서는 이 기한이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몸과 마음의 아픔을 추스르는 사이에 날짜를 넘겨 권리를 잃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배우자 출산전후휴가를 쓰던 중에 유산·사산을 겪으면 이미 쓴 휴가는 인정되고, 이후 유산·사산휴가로 바꿔 쓸 수 있다. 다만 모자보건법이 허용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인공임신중절은 이 휴가 대상에서 빠진다.
◆조산 위험 있으면 육아휴직도 출산 전에
배우자 지원 제도의 세 번째 축은 산전 육아휴직이다. 임신 중인 아내에게 유산이나 조산 위험이 있으면 남편도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시작 예정일 7일 전에 신청해야 한다.
이렇게 쓴 기간은 전체 육아휴직 기간에서는 빠지지만 분할 횟수에는 넣지 않는다. 출산 전에 한 차례 썼다고 해서 출산 뒤 나눠 쓸 기회가 줄지는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임신부터 출산까지 전 과정에서 남성의 돌봄 참여가 한층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열에 한 명도 못 쓰던 제도, 중소기업이 고비
제도는 넓어졌지만 쓰는 사람은 아직 적다. 고용노동부의 2024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서 남성 근로자의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률은 8.3%였다. 이보다 한 해 앞선 조사에서는 사업체 일곱 곳 중 한 곳꼴로 이 제도 자체를 모른다고 답했다.
쓰는 사람은 늘고 있다. 올해 1~8월 모성보호와 일·가정 양립 급여를 받은 사람은 약 26만9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7% 늘었다.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전체의 36.5%를 차지했다.
격차는 회사 규모에서 벌어진다. 우선지원대상기업 근로자는 정부가 급여를 지원하지만 대기업 근로자는 회사 부담이어서 눈치 보기가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노동계와 인사노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반대로 3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는 대체인력이 없어 동료 부담과 인사 평가 불이익을 걱정해 실제 사용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호소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간담회에서 나왔다. 한 벤처기업의 남성 근로자도 대체인력 부족과 사내 눈치를 제도를 못 쓰는 이유로 꼽았다.
지원이 붙으면 달라진다는 사례도 있다. 서울시가 참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운영한 사업에서는 남성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률이 전국 평균의 다섯 배 가까이로 올랐다.
시행 한 달째인 지금, 남편들이 실제로 출산 전 휴가와 유산·사산휴가를 얼마나 청구했는지는 집계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월별 세부 통계를 내놓지 않고 있으며, 대기업에서 출산 전 분할 휴가 신청이 얼마나 승인되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