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너네 싫어"…의학 드라마 대사에 의사들 '발끈', 무슨일

입력 2026-10-12 16:40:50 수정 2026-10-12 16: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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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SBS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1화 캡처. 주인공 계수정(김지원 분)이 다른 의사들에게 맞서는 장면. SBS 유튜브 캡처.

"나 너네 싫어. 돈 잘 벌고 출세하려고 공부만 한 인간들."

이는 인기 의학 드라마 SBS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이하 '닥터X')의 주인공인 의사 계수정(김지원 분)이 병원 내 권위에 따르는 의사들을 향해 한 대사다. 이 장면을 놓고 '사이다 일침'이라는 반응이 나온 반면,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는 '의사 악마화'라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9일 첫 방송한 '닥터X'에는 담낭암 환자를 두고 병원장이 개복 수술을 진행하기로 한 결정에 계수정이 복강경 수술로 할 수 있다고 맞서는 장면이 나온다. 계수정은 권위에 맞서는 천재 외과의사로, 의료 파업으로 공백이 생긴 구서대학교병원에 용역 소개소를 통해 파견된 설정이다.

계수정은 병원장의 결정에 따르는 의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에서 "(환자가) 부모님이라면 원장에게 맡기겠냐"라고 묻는다. 이에 의사가 "그 환자분 자식이 저였다면 더더욱 원장님께 수술을 받을 거다. 자식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하자 계수정은 "이래서 내가 너네들 싫어 한다니까"라고 말한다.

이어 계수정은 "나 너희 싫어. 돈 잘 벌고 출세하려고 공부만 한 인간들. 윤리고 신념이고 그저 멍청하게 똑똑한 인간들"이라며 "위 구린 건 못 본 척하고, 자기 구린 건 시스템 탓이나 하고"라고 쏘아붙인다. 그러면서 "손이나 떨지 않으면 다행인 저 늙은이한테 수술을 맡겨 놓는 너희 같은 무책임한 인간들. 환자가 얼마나 고생할지 뻔히 알면서 목숨이 걸렸는데 '어떻게 하면 그냥 넘어갈까'만 생각하는 안일한 인간들"이라며 "그냥 의사이기만 한 인간들. 야, 너희 진짜 후져"라고 한다. 이후 계수정은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퇴근한다.

계수정의 독설에 의사들이 당황하는 장면. SBS 유튜브 캡처
계수정의 독설에 의사들이 당황하는 장면. SBS 유튜브 캡처

이 장면을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속 시원한 일침이라는 반응이 있는 한편, 일각에선 "의사 악마화가 심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자신을 정형외과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최근 "드라마가 환상을 충족시켜줄 수는 있지만 그 환상을 위해 현실의 의료진을 너무 납작한 악역으로 만들 필요까지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글을 올려 "현실 의료는 수많은 전문 인력의 협력으로 이뤄지는데 드라마에선 나머지 의사들이 천재를 돋보이게 하는 악역일 뿐"이라며 "드라마로서는 통쾌할지 몰라도 이런 구도가 반복될수록 현실 의료에 대한 오해만 깊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적었다. 또 다른 글을 통해서는 "창작의 자유는 존중한다. 다만 의료진을 무능하고 비윤리적인 집단으로 묘사하고 의료 행위의 불확실성과 복잡성을 무시하는 연출은 단순 극적 과장으로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압구정의 한 의원에서 근무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라고 밝힌 네티즌은 "저런 시각으로 의사를 보면서 대본을 썼다는 거냐"라며 "그냥 의사이기만 한 인간들? 내 정체성이 의사가 돼버릴 정도면 그만큼 환자 보는 걸 최우선으로 살았다는 건데"라고 반응을 남겼다.

항문과 의사라고 소개한 네티즌은 해당 드라마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뒤 다른 글을 통해 "환자를 살리는 데엔 한 명의 영웅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자기 일 열심히 하는 보통의 성실한 의사들이 필요하다"며 "근데 그 보통의 의사들을 다 악마로 만들고 쫓아내고 남은 사람이 없으니 역시 나쁜 놈들이 맞다고 말한다"고 적었다.

이외에도 이비인후과 전문의라고 밝힌 네티즌은 "선배를 저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의사는 없다"며 "요즘엔 선배 의사들도 실력 없으면 도태된다"고 했고, 가정의학과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네티즌은 "이런 허황된 메디컬 드라마 그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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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 스틸컷. SBS 홈페이지

'닥터X'는 2012년 일본 TV아사히에서 방영한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일본 원작에서는 담석증으로 담낭 적출 수술 상황을 둘러싸고 비슷한 내용의 마찰이 발생하는 장면이 나온다. 원작의 주인공 다이몬 미치코는 한 의사가 작은 공장의 사장이라는 환자의 직업을 언급하며 '원장에게 매달리는 기분도 알겠다'고 말하자 "당신이 환자라도 원장님에게 수술을 받겠나? 직책 따위 관계없지 않나"라고 답한다. 그런 뒤 한국판에서처럼 퇴근시간인 5시가 되자마자 자리를 뜬다.

'닥터X'의 해당 장면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반응에 네티즌들은 "드라마에선 어느 직업을 다루든 비판이나 판타지 같은 부분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일본 원작과 유사한 장면이라고 느껴진다", "'용역 의사'라는 설정부터 완전히 판타지인데 드라마로 즐겨야 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을 언급하며 "그 때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나",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야말로 환자 입장에서 말도 안 되는 드라마" 등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두 드라마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의료진과 환자들의 일상 에피소드를 다루며 정겹고 따듯한 장면을 주로 연출했다. 이중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방영 전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의대생·전공의 파업과 시기가 겹치며 반감을 사 방영이 1년 늦춰지기도 했다.

한편 '닥터X'는 방송 2회만인 10일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14.9%를 기록하며 안방 극장을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