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북한 지뢰 폭발 사건 이후 김포·파주 등 접경지역에 군복을 입은 장병이 한쪽 다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채 다른 한쪽 다리로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의 광고판이 등장했다. 사건 이후 군 장병의 안전과 재발 방지 대책보다 정치적 공방에 치중하는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공익광고 전문가 이제석씨가 제작 및 설치한 것이다.
12일 이씨가 운영하는 '이제석 광고연구소'에 따르면 연구소는 지난 10~11일 김포·파주 일대 군사접경지역과 국방부 인근 용산공원 일대에서 지뢰 피해 이후 정치권의 대응을 비판하는 게릴라 캠페인을 진행했다. 명확한 지휘 체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전직 직업군인들과 함께 광고를 기획했다고 한다.
광고에는 수색 장병이 한쪽 다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채 나머지 한쪽 다리로 간신히 버티고 선 모습이 담겼다. 상단에는 "지뢰는 발목을 날렸고, 정치는 발목을 잡는다" "국가안보엔 여야가 없습니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이씨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 우리 장병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음에도 국내에서는 사고의 책임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과 진영 간 갈등이 격화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광고에 표현된 '외다리'에 대해 "지뢰 폭발로 다친 장병의 실제 신체와, 정치적 대립으로 균형 있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안보 현실이란 두 가지 의미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뢰 피해의 심각성을 지나치게 가볍게 표현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해당 광고판은 테스트용 샘플로, 향후 지뢰 피해의 위험성을 알리는 목적으로 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씨는 최근 사회적 논란을 시각적으로 풍자하는 게릴라 공익광고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비판하기 위해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앞에서 기습 퍼포먼스를 벌였다. 당시 이씨는 선관위의 대표 홍보 문구인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입니다'를 비튼 '민주주의의 꽃은 매진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당신의 소중한 0표'라는 문구와 함께 투표용지 없이 빈손을 투표함으로 뻗는 유권자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도 공개했다. 선관위 관계자가 현장에서 퍼포먼스를 제지하고 현수막을 철거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서울 성수대교의 단차 문제를 지적하는 광고를 선보였다. 교량의 단차가 발생한 지점에 부러진 척추를 형상화한 엑스레이 사진을 부착해 안전점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광고에는 '속을 봐야 보입니다'라는 문구를 담아 겉으로 드러난 모습뿐 아니라 구조물 내부의 안전 상태까지 살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8월에는 제주 지역 경찰의 실종 사건 대응 논란을 풍자하는 광고를 제작했다. 제주서부경찰서 인근에 실제 촬영 기능이 없는 모형 CCTV를 설치해 경찰의 부실 대응과 공권력에 대한 감시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광고는 실종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불거진 허위 종결 및 초동 대응 부실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경찰도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