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석민] 외교 화법과 국익

입력 2026-10-0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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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 선임논설위원
석민 선임논설위원

외교(外交)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예방하면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인 만큼 정제된 화법(話法)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감정적 대립을 차단하고 극단적인 갈등 상황에서도 대화를 위해 엄격한 형식과 예의를 갖춘다.

또 직설적인 표현은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할 수 있어 부정적인 메시지도 최대한 부드럽게 전달한다. 외교에서 "솔직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는 말은,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치열하게 다퉜다'는 뜻이고,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는 말은 '협상이 결렬됐다'는 의미이다.

북한군 포로 송환과 관련, 한국-우크라이나 간 외교 갈등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지난 2일 우크라이나 전쟁 영웅 크로테비치 예비역 중령은 X(옛 트위터)에 "한국 대통령은 누구를, 특히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위협할 처지가 아니다"는 글을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포로 송환 비공개 사실 인정과 공개 사과를 계속 거부할 경우 추가 조치를 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낸 직후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UN총회에서 '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 사실을 밝힌 것이 발단(發端)이다. 한국 측은 비공개 합의를 어겼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우크라이나 측은 비공개 합의 자체가 없었다고 거듭 부인했다. 청와대·국정원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정상 간 협의나 합의는 없었던 것 같고 실무 차원에서 비공개 논의(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UN총회에서 북한군 포로 송환을 공개하겠다'는 뜻을 넌지시 알려왔을 때, 우리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해야 마땅했다. 왜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을 비공개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이 터진 뒤에 대통령이 직접 "소소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과 국익, 안보를 해치는 사람을 살인자나 매국노라 부른다"며 격한 반응(反應)을 보인 것은 비외교적이다.

국내 비판 세력을 향한 것이었다지만, 러시아 언론은 한-우 간 이간질에 악용했고 양국 간 갈등은 더욱 고조됐다. 조만간 종전(終戰)이 되면 우크라이나는 경제적 군사적으로 한국에 기회의 땅으로 변한다. 세계은행은 향후 10년간 우크라이나 재건·복구 비용으로만 800조원을 추정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감정적 대응이 국익(國益)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