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매매 암호설 퍼졌지만 확인된 수사·재판 기록은 없어…실제 사기 사건에선 '#귀신헬리콥터' 해시태그 사용
NIJ·인터폴도 강조한 범죄정보 축적…괴담은 괴담으로, 객관적 단서는 기록으로
6일 온라인에서 '귀신헬리콥터'와 '라조육이사이'라는 기묘한 표현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이날 오전 6시쯤 X(엑스, 구 트위터)에 올린 제보 공지가 계기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은 "2000년 전후 전남 지역에서 일명 '귀신 헬리콥터' 등으로 불리는 불법 장기거래 브로커로 활동하셨던 분, 이 시기 장기밀매 관련 수사를 해보셨던 수사기관 관계자들의 연락을 기다린다"고 밝혔다.
제작진이 시기와 지역, '불법 장기거래 브로커'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적시하면서 오래된 인터넷 괴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고, 이어 과거 함께 거론돼온 '라조육이사이'까지 연관 키워드로 소환됐다.
◆'귀신헬리콥터'…장기매매 암호설의 시작
'귀신헬리콥터'는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장의 사진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한 고속터미널 화장실에서 촬영됐다는 사진에는 '삽니다-귀신 헬리콥터 고가매입'이라는 정체불명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귀신'을 '귀하의 신장'으로 해석하거나, HELICOPTER라는 영어 단어에 여러 장기·신체조직 이름이 숨겨져 있다는 주장이 퍼졌다.
구체적으로 HE는 Heart(심장), LI는 Liver(간), CO는 Cornea(각막), P는 Pancreas(췌장), TE는 Tendon(힘줄), R은 Retina(망막)에 대응시킨다는 식이다. 대문자 부분을 이어 붙이면 HELICOPTER가 된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같은 해석이 실제 경찰 수사나 재판 등을 통해 범죄조직의 암호로 확인됐다는 수사 등 공식 기록은 알려져 있지 않다.
◆'라조육이사이'…인육 거래 암호설까지 확산
'라조육이사이'는 2012년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과 답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문에 고기를 가리키는 한자인 '육'(肉)이라는 글자가 들어가 있고 음식 관련 카테고리에 게시됐다는 이유로 온라인에서는 인육 거래나 인신매매와 관련된 암호라는 추측까지 등장했다. 당시는 오원춘 사건 등으로 장기매매와 인육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커져 있던 시기여서 각종 해석과 추측이 빠르게 확산했다.
그러나 이후 언론의 추적 보도에서는 '라디오 이벤트' 같은 문장을 의도적으로 이상하게 변형한 바이럴마케팅성 게시물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울러 현재까지 '라조육이사이'가 실제 인신매매나 인육 거래 사건과 연결됐다고 확인된 경찰 수사나 재판 결과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럼 둘 다 도시괴담일 뿐일까?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만 놓고 보면 '라조육이사이'는 실제 범죄와의 연결고리가 확인되지 않은 도시괴담에 가깝다. '귀신헬리콥터' 역시 과거 스티커 자체가 실제 장기밀매 조직의 암호였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3년 전 이 괴담의 키워드가 현실 범죄에 이용된 사례는 있었다.
◆괴담 키워드가 실제 장기매매 사기 홍보에
2023년 장기매매를 미끼로 금품을 뜯은 사기 사건의 SNS 홍보글에 '#귀신헬리콥터'라는 해시태그가 실제 사용된 사례가 확인됐다. 신장을 제공하면 수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속인 뒤 등록비나 검사비 등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2023년 4월 2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권성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기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4월부터 6월까지 소셜미디어에 장기매매 알선 광고를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에게 검사비와 등록비 등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금품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A씨는 게시물에 '#신장매매' '#장기매매' '#신장이식' '#간매매' 등과 함께 '#귀신헬리콥터'라는 해시태그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에게는 "신장이 필요한 환자에게 기증하면 45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뒤 등록비와 검사비 명목의 돈을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실제 장기매매를 알선할 능력이 없었고, 장기 제공 대가를 지급할 의사나 능력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같은 수법으로 9명에게서 모두 3648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고, 실형 선고가 내려진 것.
다만 이 사례 역시 '귀신헬리콥터'라는 표현이 원래부터 실제 장기밀매 조직의 암호였다는 증거와는 구분해야 한다. 이미 온라인에서 장기매매 괴담으로 유명해진 키워드를 실제 사기범들이 나중에 홍보용으로 활용한 사례에 가깝다.
◆NIJ·인터폴도 강조한 '기록의 힘'…괴담은 괴담으로, 단서는 수사자료로
그렇다고 이런 제보와 흔적을 모두 인터넷 괴담으로 치부해 흘려보낼 일도 아니다.
범죄 수사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제보가 당장 사건으로 입증되느냐만이 아니다. 미국 국립사법연구소(NIJ)는 범죄정보 분석에서 여러 사건의 데이터를 축적해 사건·용의자·장소 사이의 연결고리와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아직 법정 증거로 확정되지 않은 정보라도 다른 사건과 연결될 경우 새로운 수사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역시 범죄정보 분석을 통해 서로 다른 용의자와 사건의 연관성, 새로운 수사 단서와 정보 공백을 찾아내는 작업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인신매매처럼 범행이 은밀하고 여러 범죄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분야에서는 이런 축적이 더 중요하다. NIJ 연구에서도 수사기관이 인신매매 징후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할수록 실제 사건을 식별하고 수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사진과 전화번호, 계정, 발견 장소와 시기처럼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정보가 신고된다면 당시에는 범죄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 훗날 다른 사건에서 같은 번호나 문구, 계정, 장소가 다시 등장한다면 과거의 사소했던 제보가 하나의 패턴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괴담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반대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구체적인 단서까지 지워버리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확인된 것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것은 미확인으로 구분하되 객관적인 흔적은 남겨두는 것. 오래된 인터넷 괴담을 대하는 경찰 등 수사당국의 역할은 바로 그 기록과 대조의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