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닦이 소년과 대통령의 '1번 아들'이 오는 25일 브라질 대선에서 맞붙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81) 대통령은 7세 때부터 땅콩을 팔고 구두를 닦았다. 금속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 하나를 잃었고 노동조합 지도자를 거쳐 대통령이 됐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45) 상원의원의 출발선은 정반대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장남인 플라비우를 '1번'이라고 불렀다. 법대생이던 21세에 주의원에 당선됐고 아버지의 정치적 자산(資産)을 물려받아 대권을 바라본다.
룰라는 빈곤과 불평등에 맞선 2000년대 중남미 좌파 물결의 상징이었다. 복지와 재분배를 확대하면서 경제성장까지 이루자 퇴임 당시 지지율은 80%를 넘었다. 반대편의 보우소나루 정치는 시장과 질서, 치안, 반좌파를 내세웠다. 아버지가 물러난 뒤에도 정치적 유산은 사라지지 않았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1차 투표에서 플라비우가 룰라를 앞선 것은 브라질 민심이 오른쪽으로 쏠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중남미와 유럽 곳곳에서 우파가 약진하고 미국에선 트럼프식 보수 정치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단지 '세계의 우경화(右傾化)'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좌파 정부 아래 물가가 뛰고 생활이 어려워지면 우파를 찾고, 우파 정부에서 불평등과 사회 갈등이 깊어지면 좌파로 향한다. 정치의 진자(振子)는 이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룰라에게 가장 버거운 상대 역시 우파 이념 자체가 아니다. 생활비와 가계부채, 치안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다. 플라비우 역시 아버지의 이름만으로는 결선에서 이길 수 없다. 유권자가 원하는 것은 보우소나루라는 배경이 아니라 내 삶을 나아지게 할 능력이다. 브라질 대선은 좌우의 대결이면서 동시에 세계 정치의 한 단면(斷面)을 보여준다. 유권자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를 갈아치운다. 룰라는 자신의 인생을 정치적 자산으로 만들었고 플라비우는 아버지의 정치적 자산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25일 승부를 가를 것은 두 사람의 과거가 아니다. 물가와 빚, 일자리와 치안이라는 오늘의 삶이다. 좌파든 우파든 먹고사는 문제를 못 풀면 다음 선거에서 고배(苦杯)를 마셔야 한다. 현재 세계 정치에서 가장 강한 이념은 '정권 교체'인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