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서지, 기온 1도 내리면 혈압 1.3㎜Hg↑… 10월 새벽 러닝이 위험한 이유

입력 2026-10-05 12: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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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후 3시간 혈압 치솟는 '모닝 서지', 찬 공기 만나면 혈관 폭탄 자가용 이송 9.8시간 vs 구급차 2.3시간… 심근경색 증상 인지율 52% 그쳐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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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공기가 달라졌다. 반팔로 버티던 새벽이 어느새 입김이 날 만큼 서늘해졌고, 그 찬 공기를 가르며 뛰는 사람도 늘었다. 그런데 몸 안에서는 다른 일이 벌어진다. 질병관리청이 2021년 펴낸 건강정보를 보면 기온이 1도 내려갈 때마다 수축기 혈압은 약 1.3㎜Hg, 이완기 혈압은 약 0.6㎜Hg 오른다. 10월은 1년 중 혈관이 가장 먼저 '계절 변화'를 느끼는 달이다.

◆ 기상 후 3시간, 혈압이 치솟는 시간

사람의 혈압은 하루 종일 같지 않다. 잠에서 깨면 교감신경이 켜지면서 혈압이 급하게 오르는데, 이를 '모닝 서지'라 부른다. 미국심장협회 학술지에 실린 연구(2023년)는 오전 6~10시 사이 수축기 혈압이 평소보다 20㎜Hg 이상 뛸 수 있다고 봤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해 9월 뇌졸중·심근경색 등 중증 심뇌혈관 사건의 다수가 기상 후 3시간 안에 발생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찬 바깥 공기가 더해지면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 혈압까지 급등하는 이중 부담이 생긴다. 환절기 새벽 야외운동이 유독 위험한 이유다.

한 대학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열 발산을 막다 보니 혈관이 수축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혈압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실내외 온도차에 의한 급격한 변화는 동맥경화 합병증 위험을 높이고 심근경색을 포함한 급성 관동맥 증후군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사망자는 10월부터 늘기 시작한다

통계도 10월을 가리킨다. 질병관리청이 2021년 공개한 최근 10년치 월별 분석을 보면 심뇌혈관질환 사망자는 10월부터 급증해 1월에 연중 정점을 찍는다. 유럽심장학회 연례회의(2022년)에서 발표된 228만명 코호트 연구는 기온이 10도 떨어지면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이 19%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규모 자체도 작지 않다. 질병관리청 '2023 심뇌혈관질환 발생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심근경색 발생은 3만4,768건, 뇌졸중은 11만3,098건이었다. 인구 10만명당 심근경색 발생은 남성이 102.0건으로 여성(34.2건)의 3배였고, 첫 발생 환자의 1년 내 치명률은 15.8%에 달했다.

◆ 일교차 8~10도, 새벽 조깅이 방아쇠

추운 한겨울보다 환절기가 더 위험하다는 연구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기상청이 2005~2014년 자료를 연계해 분석한 결과 국내 급성 심근경색은 일교차가 8~10도인 구간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올해 3월 65세 이상에서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면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약 30% 높아진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전조가 없다는 점이다. 가천대 길병원이 세계 심장의 날(9월 28일)을 맞아 내놓은 분석에서는 기상 직후 심혈관 질환을 겪은 환자의 약 50%가 발병 직전까지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었다. 환절기 아침 찬바람을 맞으며 조깅하다 30분 넘게 쥐어짜는 흉통이 이어져 119로 이송돼 스텐트 시술을 받은 사례도 이 병원 심장내과가 소개했다.

그렇다고 운동을 끊으라는 뜻은 아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새벽 야외 유산소 운동은 혈관 수축 때문에 위험하지만, 낮 시간대의 규칙적인 실내 유산소 운동은 오히려 혈압을 낮추는 필수 치료법이라고 본다. 운동을 없앨 게 아니라 시간과 장소를 옮기라는 얘기다. 기상 직후에는 실내에서 몸을 풀고, 야외로 나가더라도 해가 뜬 뒤 얇은 옷 대신 체온을 지킬 수 있는 차림이어야 한다.

◆ 체기로 넘기면 늦는다… 인지율 52%

위험을 피하지 못했다면 남는 것은 시간 싸움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9월 내놓은 심뇌혈관질환 네트워크 시범사업 성과평가 기준으로 심근경색은 2시간, 허혈성 뇌졸중은 3시간 안에 병원에 닿아야 한다. 대한뇌졸중학회는 2023년 10월 "뇌경색의 골든타임은 정맥내 혈전용해제 투약이 가능한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이며, 검사와 약물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최소 3시간 이내 방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실은 멀다. 질병관리청 지역사회건강조사 분석(올해 9월)에 따르면 급성 심근경색의 조기 증상을 아는 일반인은 52% 수준에 그쳤고, 발생 후 2시간 안에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는 48%에 못 미쳤다. 가슴 압박감이나 명치 통증을 소화불량으로 오인해 소화제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질병관리청의 진단이다.

◆ 자가용 9.8시간 vs 구급차 2.3시간

뇌졸중은 10년째 제자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이 올해 7월 발표한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 분석에서 뇌경색 환자가 3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한 비율은 36.6%였다. 10년 전 35.4%와 사실상 같다. 정부가 제2차 심뇌혈관질환관리 종합계획(2023년)에서 2027년까지 잡은 목표치는 심근경색 58%, 뇌졸중 62%다.

차이를 가른 건 이송 수단이었다. 같은 분석에서 119 구급차를 탄 뇌경색 환자는 평균 2.3시간 만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자가용을 이용한 환자는 9.8시간이 걸렸다. 가까운 병원을 직접 찾아가다 치료 가능한 병원을 놓치고 시간을 흘려보낸 결과다. 질병관리청과 소방청의 2024년 급성심장정지조사에서도 119가 이송한 심장정지 환자 3만3,034건 가운데 44.8%가 가정에서 발생했다. 아침 집 안에서 쓰러지는 순간, 가족이 누르는 번호가 생사를 가른다.

정부도 받는 쪽을 손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월 권역센터 1곳과 지역센터 4곳 등 심뇌혈관질환센터 5곳을 새로 지정했고, 1월에는 응급 심뇌혈관질환 진료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 지침을 개정했다. 복지부가 집계한 10개 권역센터 네트워크 운영 결과 구급대 도착 후 급성 심근경색 최종치료 시작까지 평균 2시간 6분이 걸렸다. 받는 체계가 빨라져도 출발이 늦으면 소용이 없다.

이달 29일은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올가을 아침, 찬 공기 속으로 뛰어나가기 전에 기억할 것은 둘뿐이다. 기상 직후 3시간은 실내에서 몸을 깨우고, 가슴이 조이거나 말이 어눌해지면 소화제 대신 119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