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식' 지역위원 줄이고…경북교육청 학교운영위, 학부모 참여 넓힌다

입력 2026-10-05 13: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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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교 임기 끝나면 다른 학교로…'메뚜기식' 지역위원 활동 개선
여러 학교 옮겨 다니며 장기 활동하는 일부 지역위원 관행에 제동

경북교육청 전경. 매일신문DB.
경북교육청 전경. 매일신문DB.

학교운영위원회의 중심을 실제 학교 구성원인 학부모에게 두기 위한 제도 개선이 경북에서 추진되고 있다. 한 학교의 임기를 마친 지역위원이 다른 학교로 옮겨 다시 운영위원이나 위원장을 맡는 이른바 '메뚜기식' 활동을 줄이고,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의 참여를 확대하자는 취지다.

5일 경북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는 지난해 8월 12일 '경상북도립학교운영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 개정 조례는 올해 2월부터 시행됐으며, 운영위원장은 가급적 학부모위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한 학교 끝나면 다른 학교로…'메뚜기식' 지역위원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와 교원, 지역사회 인사가 함께 학교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논의하는 법정기구다. 학교 교육과정과 예산, 급식, 교과용 도서, 학부모 부담 경비 등 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직결되는 사안을 심의한다.

학부모위원은 해당 학교에 자녀가 재학 중인 학부모가 참여한다. 반면 지역위원은 학교가 소재한 지역의 전문가나 지역사회 인사 등이 맡는다. 역할이 다른 만큼 학교운영위가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현안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실제 학교 구성원인 학부모의 참여가 중요하다.

문제는 일부 지역위원이 여러 학교를 옮겨 다니며 장기간 운영위원 활동을 이어가는 사례다. 현행 조례상 한 학교에서 임기를 마친 뒤 다른 학교의 지역위원으로 다시 참여하는 것까지 제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일부 인사가 여러 학교를 옮겨 다니며 10~20년 이상 운영위원이나 위원장 역할을 맡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교마다 임기는 끝나지만 다른 학교로 옮겨 다시 활동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실제 해당 학교에 자녀를 둔 학부모보다 일부 지역위원의 활동과 영향력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운영위원장은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를 잇는 대표적인 소통창구다. 학교 현안에 대한 논의는 물론 각종 행사와 학부모 의견 수렴 과정에도 참여한다. 특정 인사가 여러 학교를 옮겨 다니며 장기간 위원장 역할을 맡을 경우 학교운영위원회가 특정 인사의 영향력에 장기간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도의회가 조례 개정 이유로 학부모의 참여 기회 확대와 역할 증대, 학교운영위원회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를 제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단순히 지역위원의 역할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학교운영위원회의 중심을 실제 학생과 학부모에게 두자는 의미다.

◆ '가급적 학부모위원'…취지는 살리고 법적 정합성은 보완

개정 조례의 핵심은 지역위원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특정 인사의 장기 활동으로 고착되는 것을 줄이고, 실제 자녀가 학교에 다니는 학부모가 학교 운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있다.

특히 학부모위원은 학생들의 교육환경과 학교생활을 가까이에서 접한다. 학교운영위원회가 다루는 교육과정, 급식, 방과후학교, 예산 등의 사안 역시 학부모와 학생의 일상과 직접 연결돼 있다. 학부모위원의 참여 확대가 학교운영위원회의 본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경북도교육청도 학교운영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학부모 의견을 사전에 수렴하고 학교 현장의 의견이 교육활동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이번 조례 개정 취지 역시 학교운영위의 학부모 참여를 넓히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다만 위원장 선출 방식은 상위법과의 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9조 제7항은 위원장을 교원위원이 아닌 위원 중에서 무기명투표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부모위원과 지역위원 모두 위원장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지난 6월 경북도 내 노동조합의 질의에 대해 이 같은 점을 확인하면서, 경북도 조례가 '가급적 학부모위원 중 선출'하도록 별도로 규정한 것은 시행령 제62조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제59조 제7항의 취지를 위배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현장에서는 지역위원이 무기명투표로 위원장에 선출된 뒤 결과를 보고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선출 사유 등을 추가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은 사례도 전해졌다. 조례가 '가급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만큼 학교 현장에서 이를 어느 수준까지 적용할지에 대한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조례 개정은 일부 지역위원의 장기적인 학교운영위 활동을 줄이고 실제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를 넓히기 위한 제도적 시도라는 데 의미가 있다. 학부모 참여 확대라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상위법이 보장한 위원장 선출 절차와 충돌하지 않도록 세부 운영 기준을 정비하는 과제도 있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운영위원회는 무엇보다 학생 교육과 학부모의 의견을 학교 운영에 반영하기 위한 기구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조례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관련 법령과 학교 현장의 의견을 함께 살펴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