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직전까지 '뇌졸중설'과 '입원설', 급기야 '사망설'까지 퍼졌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방문 당시 이례적으로 긴 휴식시간과 전용 휴게공간이 마련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적어도 왜 건강이상설이 반복적으로 힘을 얻었는지는 다시 관심을 끌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시진핑 주석의 방미 당시 중국 측이 백악관 웨스트윙 내부에 시진핑 주석만을 위한 전용 휴게실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휴게실에는 펑리위안 여사만 들어갈 수 있었으며 중국 측 고위 수행원도 출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측은 정상회담을 한 달가량 앞두고 업무 오찬까지 취소해달라고 요청했고, 되도록 많은 휴식시간을 확보해 달라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이 때문에 짧은 방미 일정 가운데 약 5시간의 공백이 생겼다고 WSJ은 전했다. 또한 방미 첫날 저녁 일정을 비워뒀고, 마지막 날 국립문서기록관리청 방문 역시 당초 미국 측 계획보다 소요 시간이 크게 줄어 약 10분 만에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전용기 계단을 내려올 때 한 손으로 펑리위안 여사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난간을 짚었으며, 이후 계단을 오를 때도 부인의 손을 잡는 모습이 포착됐다. WSJ은 중국 관영매체가 일부 장면을 황금시간대 방송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망설 왜 먹혔는지는 설명돼
앞서 지난 9월 중순 중화권 온라인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사망설과 뇌졸중·입원설이 급속히 확산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시진핑 주석은 미국에 나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여러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이번에 나온, 방미 과정에서 중국 측이 이례적인 휴게실과 긴 휴식시간을 요청했고 업무 오찬까지 취소했다는 보도는, 시진핑 주석의 체력과 일정 소화 능력을 둘러싼 의문이 아무런 근거 없이 만들어진 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외국 정상의 미국 국빈방문을 담당했던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선임국장은 WSJ에 외국 정상이 백악관 내부에 별도 휴게실을 요청한 것은 자신이 경험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 방문 때도 없었던 일이라고, 꽤 이례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WSJ는 전문가들이 시진핑 주석에게 인지기능 저하 징후가 있다고 평가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시진핑 73세…한미중러일 주요 정상 나이는
그러고 보면 세계 경제와 안보를 움직이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 정상들의 나이가 꽤 많다.
우선 시진핑 주석이 올해 73세인데, 주요국 정상 가운데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0세로 가장 많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52년 10월생으로 현재 73세이며 오는 7일 74세가 된다. 시진핑 주석과 사실상 동년배다.
이재명 대통령은 1964년생으로 현재 61세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1961년생으로 네 살 더 많은 65세다.
◆세계로 넓히면 90대 현직 정상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인생에서 꽤 후반부에서 국가 수장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는 건 맞지만, 명함을 못 내밀 만한 사례도 있다.
카메룬의 폴 비야 대통령은 93세로 현재 세계 최고령 현직 국가원수다. 1982년부터 집권하고 있으며 카메룬은 언제 닥칠지 모를 대통령 유고 상황에 대비해 올해 부통령직을 다시 도입하는 개헌까지 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무드 아바스 대통령은 90세다. 지난 9월 이재명 대통령이 찾았던 유엔총회에서도 영상 연설을 했다.
콩고공화국의 드니 사수응게소 대통령은 82세이며 올해 선거에서도 장기집권을 이어갈 가능성이 거론됐다. 우간다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 역시 올해 선거 당시 81세로 보도됐고 장기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80세로 다시 대선에 도전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부티의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대통령도 올해 78세로 6선에 성공했다.
결국 시진핑 주석의 나이 자체가 세계적으로 유별난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중국의 경우 문제의 핵심은 연령보다 시진핑 주석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고 뚜렷한 후계자가 공개적으로 부상하지 않은 상태라는 데 있다. 혹시나 있을 유고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처할지가 문제라는 얘기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의 건강과 일정 수행이 드러내는 어쩌면 소소한 변화들은 다른 나라 정상보다 훨씬 큰 정치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WSJ 보도 역시 시진핑 주석의 건강 상태를 정확히 측정한 것이라기보다는, 왜 그의 걸음걸이와 휴식시간 같은 사소해 보이는 장면까지 국제적으로 민감하게 관찰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