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 광주 군 공항의 임시 이전 완료 시기를 "2028년 중순은 늦다"며 최대한 앞당길 수 있도록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필요하면 법규와 규정·지침을 바꾸는 방안까지 고려하라고도 했다. 지난 8월 직접 제시한 시한을 다시 당기라고 주문한 것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국가 전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속도의 부담을 신공항 문제로 '패싱' 논란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에 지우는 것은 가혹(苛酷)하다.
군은 광주 제1전투비행단 기능을 예천·서산·충주로 분산해 임시 배치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경북 예천의 제16전투비행단에는 T-50 고등훈련기를 운용하는 2개 비행교육대대를 배치하는 방안이 나와 있다. 분산 배치는 전남 무안에 새 공항이 들어서는 2032년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임시'라는 말이 무색(無色)하다. 예천은 이미 수십 년간 군용기 소음을 견뎌 왔고, 별도로 복수 활주로 건설까지 추진되는 곳이다. 그런데 정부는 광주 군 공항 임시 이전을 서두르려고 예천에 피해를 더 감수하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대구와 광주 군 공항 이전은 둘 다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출발했고, 초기 자금을 댈 민간 사업자를 찾지 못해 공전했다. 그런데 광주는 대통령이 법규·지침 변경까지 검토하라며 속도를 내는 반면, 대구는 재원 해법 없이 답보(踏步) 상태다. 대구시는 공공자금관리기금 융자 등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 대통령이 지난 5월 신공항 예정지를 찾았지만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광주 군 공항 이전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특혜를 달라는 것도 아니다. 같은 사안에는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금 융자 허용, 국비 지원 확대, 특별법 보완 등 대구 군 공항 이전 재원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예천 등 임시 배치 지역에는 일정 단축에 앞서 소음 영향과 보상 방안을 공개하고 주민 의견을 들어야 한다.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대통령의 말이 특정 지역에만 적용돼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