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113만명 시대, 명절 뒤 '몸으로 오는 우울' 2주가 기준

입력 2026-09-27 21: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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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형장애 진료 연 9만명, 30대 우울증 5년새 69.7% 급증 두통·소화불량 2주 넘으면 진료… 심장 검진 먼저가 원칙

추석 연휴가 끝난 직장인들이 출근길 가슴 두근거림과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가운데, 국내 우울증 진료 환자는 2025년 113만8천230명으로 집계됐다. (AI 생성 이미지)
추석 연휴가 끝난 직장인들이 출근길 가슴 두근거림과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가운데, 국내 우울증 진료 환자는 2025년 113만8천230명으로 집계됐다. (AI 생성 이미지)

추석 연휴가 끝난 직장인들이 출근길 가슴 두근거림과 소화불량을 호소하는 가운데, 국내 우울증 진료 환자는 2025년 113만8천230명으로 집계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3월 공개한 2021~2025년 우울증 및 정신질환 청구 현황에서다. 연휴 뒤 몸에 오는 증상이 단순 피로인지 우울증인지는 증상의 종류가 아니라 2주라는 기간이 가른다. 대한가정의학회는 일반적인 명절증후군이 일상 복귀 뒤 1주일 안에 자연히 사라진다고 본다.

◆ 우울증 113만명, 4년 새 25% 늘었다

같은 자료에서 2021년 우울증 진료 환자는 91만785명이었다. 4년 만에 22만여명이 늘어 증가율은 25%다. 정신 및 행동장애 전체로 넓히면 2025년 432만8천595명으로, 2021년 360만2천209명보다 20.2% 많다.

연령대별로는 사회활동이 활발한 층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9월 국회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우울증 환자는 2020년 83만명에서 2024년 110만6천603명으로 32.9% 늘었다. 특히 30대 증가율은 69.7%에 달했다.

진료비 부담도 같이 올랐다. 소병훈 의원실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건보공단 자료를 보면 1인당 평균 진료비는 2020년 56만원대에서 2024년 68만7천979원으로 21.0% 뛰었다.

◆ 우울감 대신 통증이 먼저 온다

우울증이 감정이 아니라 신체 증상으로 먼저 오는 이른바 '가면 우울증' 환자가 적지 않다. 우울증을 진료하는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감을 드러내는 것을 억눌러 정서적 아픔이 신체적 통증으로 나타나는 '가면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 6월 집계한 자료를 보면 스트레스가 몸의 증상으로 드러나는 신체형장애 환자는 9만582명이었다. 연간 진료 건수는 43만여 건에 이른다. 심평원이 2015년 내놓은 최근 5년간 신체형 장애 심사결정자료 분석에서는 환자의 35.9%가 심혈관·소화기 계통의 자율신경기능장애 증상이었다.

가슴 두근거림과 극심한 불안을 주 증상으로 하는 공황장애 환자도 24만7천61명으로, 6년 새 70.5% 늘었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 등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40~50대 정신질환 진료 중 불안·스트레스·신체형장애가 35%를 차지했다. 중장년층 진료 질환군 가운데 1위다.

현장에서는 연휴 뒤 우울감 대신 두통과 심장 두근거림, 소화불량 같은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명치가 답답하고 무기력하며 까닭 없이 짜증이 난다는 이유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40대 직장인 사례도 있다.

◆ 연휴 부담 1위가 '후유증 피로' 44.6%

피앰아이가 지난 22일 발표한 추석 연휴 조사에서 연휴를 기대하지 않는 이유 1위는 후유증 피로·스트레스(44.6%)였다. 지난해 같은 조사(40.2%)보다 높다. 연휴를 집에서 쉬겠다는 응답은 59.6%로 전년 56.0%에서 3.6%포인트 늘었다.

피로는 연휴 전부터 쌓여 있다. 피앰아이가 지난 5월 발표한 여성 직장인 1천명 조사에서 75.1%가 6개월 내 번아웃을 겪었다고 답했다. 현재 업무 컨디션이 피로·소진 상태라는 응답도 69.1%였다. 활기차다는 답은 2.8%에 그쳤다.

◆ 심장부터 확인하고, 2주를 센다

순서는 몸이 먼저다. 대한가정의학회는 출근길 두근거림과 흉통이 부정맥 등 기질적 심혈관 질환일 수 있다며 정신적 요인으로 단정하기에 앞서 내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권한다. 거꾸로 신체화 증상을 내과·정형외과 질환으로만 여겨 검사와 약 복용을 되풀이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기질적 이상이 없다면 기간을 센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이 2주 이상 이어지면 임상적 우울증을 의심하도록 한다. 회복 수칙도 단순하다. 수면은 하루 7~8시간, 낮잠은 20분 이내, 햇빛을 쬐는 걷기는 하루 20~30분이다. 밀린 잠을 몰아서 자면 생체 리듬이 무너져 만성 피로와 주간 졸림을 부른다는 것이 수면 분야 의료진의 지적이다.

문턱은 여전히 높다. 교육부가 지난 3월 공개한 국립대병원 16곳 정신과 평균 대기 일수는 2025년 34일로, 2021년 27일보다 26% 길어졌다. 보건복지부의 마음투자 지원사업과 연계된 하반기 직장인 바우처 신청은 10월 31일 마감되고, 정신건강의 날인 10월 10일을 전후해 대국민 캠페인이 열린다.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명절 전후로 일시적인 피로감이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지만, 연휴가 끝난 뒤에도 우울감이나 불안, 수면 문제 등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증상을 참고 견디기보다 필요할 경우 전문가와 상담해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