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산업이 흔들리면 철강과 배터리, 부품 산업은 물론 로봇과 피지컬 인공지능(AI)으로 이어지는 제조업 생태계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이 경고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뿌리를 흔드는 거대한 위기감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내 시장을 겨냥한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攻勢)가 가파른 상황에서, 우리의 전기차 생산 기반을 지켜내지 못한다면 모빌리티는 물론 전후방 연관 산업 전체가 연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절박한 목소리다.
실제로 국내 도로 위의 풍경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에 신규 등록된 전기 승용차 10대 중 약 4대가 중국산일 정도로 침투(浸透) 속도가 무섭다. 과거 테슬라의 중국 공장 물량이 주를 이루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BYD를 필두로 지커, 샤오펑, 체리자동차 등 중국 자체 브랜드가 파격적인 가격표를 내걸고 한국 안방을 직격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캐나다는 100%가 넘는 관세 폭탄을 터뜨렸고, 유럽연합 역시 징벌적 추가 관세를 얹으며 장벽을 단단히 쌓았다. 거대 선진 시장의 빗장에 막힌 중국 전기차에 수입 장벽이 느슨한 한국은 가장 '만만한 상륙(上陸) 거점'이 되어버렸다.
문제는 유일한 방어막이어야 할 정책적 지원이 정작 안방의 생산 기반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반도체, 2차전지, AI 로봇 부품 등 6개 전략산업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세금을 깎아주는 '국내생산세액공제(한국판 IRA)'가 신설된다. 그러나 정작 가장 시급한 '전기차 완성차'는 구매 보조금과의 중복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생산지를 따지지 않고 지급되는 현행 구매 보조금 제도는 역설적이게도 국내 생산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독(毒)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된 테슬라나 BYD 차량이 한국 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가격 경쟁력을 더 단단히 굳히는 동안, 정작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생산 기반은 역차별 속에 위축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유리해진다면, 국내 고용과 부가가치 창출, 소재·부품 수요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국회에서는 진영을 넘어 전기차를 생산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급속도로 형성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 대당 최대 400만 원 수준의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여야 모두 입법 추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산업통상부 관계자가 지적했듯, 과거 한국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이 38%에서 95%까지 팽창하며 국내 생태계가 사실상 와해했던 '태양광 산업의 비극'을 전기차에서 다시 반복할 수는 없다. 전기차는 단순히 이동 수단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배터리, 철강, 전장 부품, 그리고 미래의 AI 로봇으로 이어지는 국가 첨단 제조업의 핵심 고리다.
세계 주요국이 자국 내 생산 기지를 사수(死守)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쏟아붓는 시대다. 세수 감소나 중복 지원이라는 미시적인 논리에 갇혀 완제품 전기차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 산업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회 세제개편안 심사 과정에서 전기차를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에 반드시 포함하는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이 내려져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