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대통령 임명권과 별개로 대법원장 제청권 보장해야"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면서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갈등이 한층 첨예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임명권과 별개로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부여한 대법관 제청권을 존중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이날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해 "정당화할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거부의 근거로 든 것은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하는 문서로써 한다'는 헌법 82조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가 보낸 재제청 요청 문서에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각각 헌법에 근거한 별개의 권한인 만큼,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는 있더라도 대법원장에게 특정 후보를 다시 제청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헌법이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대법원장에게 별도의 제청 권한을 부여한 만큼 이를 존중하는 것이 권력분립과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정신에 맞다는 것이다.
헌법학자인 정극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는 "손 부장판사에 대한 동의안을 국회로 보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 주도로 부결이 이뤄진다면, 전례에 따라 인선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밟을 수 있게 된다"라며 "이후 새 추천위를 구성해 후보군을 다시 정하는 것이 제청권을 보장하면서 절차를 다시 시작하는 방법으로 보인다. 헌법이 제청권과 임명권을 각각 부여한 것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라는 취지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석화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총회 의장)는 "문서 없는 반려는 법적 효력이 없는 정치행위에 불과하니 법적으로 손 후보자에 대한 제청은 여전히 살아 있는 상태"라며 "정식 공문이 온다면 그때는 대법원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재제청 행위의 정당성을 가려볼 수도 있다. 공문이 오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는 것이 맞다"고 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법리와 별개로 양측의 대치가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서로 문서와 법적 권한만 따지기 시작하면 대화로 해결할 공간이 사라진다"며 "이미 대법관 공석이 전례 없이 길어지고 있다. 대치가 길어질수록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