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72%·상급종합 100%인데 의원급은 18.1% 미청구 보험금은 지도 앱·내보험찾아줌으로 확인
실손보험 간편청구 서비스 '실손24'를 통한 보험금 청구는 지난 7월 45만8388건이었다. 보험개발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지난 8일 제출한 자료에 담긴 수치다.
같은 자료를 보면 실손보험 전체 월평균 청구 건수는 지난해 기준 1001만8680건이다. 폰으로 서류 없이 넣은 청구가 100건 중 4.6건이라는 뜻이다. 병원 창구에서 영수증을 떼 사진을 찍는 방식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 가입자 453만명, 전체 실손 가입자의 13%
실손24는 진료를 받은 병원이 전산으로 서류를 보험사에 바로 보내는 구조다. 앱에 다녀온 병원과 진료일을 선택하면 영수증 발급 대기 없이 청구가 접수된다.
문제는 이용자 규모다. 7월 말 기준 실손24 가입자는 453만8661명으로, 실손보험 가입자 3479만6140명의 13% 수준이다. 이 가운데 실제로 전산망으로 보험금을 청구해 본 누적 이용자는 140만명, 누적 청구는 180만건이다.
써 본 사람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소비자단체가 지난해 8월 내놓은 만족도 조사에서 이용자의 89%가 기존 방식보다 편리하다고 답했고, 다시 이용하겠다는 응답은 94%였다.
◆ 상급종합병원 100%인데 동네 의원은 18.1%
받아 주는 병원이 아직 절반이 안 된다. 보험개발원 자료를 보면 7월 말 대상 요양기관 10만5643곳 가운데 전산 연계를 마친 곳은 4만2808곳, 40.5%였다. 금융위원회가 집계한 이달 초 연계율은 45%로, 지난 4월 28.4%에서 올라섰다.
기관 종류별 격차가 크다. 상급종합병원은 대상 47곳이 모두 연계해 100%, 종합병원은 77.2%다. 반면 국민이 일상적으로 찾는 동네 의원은 18.1%에 머물렀다. 치과의원은 10.0%, 한방병원 2.7%, 요양병원 5.2%로 사실상 이용이 어렵다.
약국은 사정이 낫다. 전국 약국 연계율은 72.1%, 한의원은 73.8%다. 감기약 처방을 받은 약국 영수증은 전산으로 넘어가는데 정작 진료를 받은 의원은 안 되는 경우가 생긴다.
지역별로도 갈린다. 청구율은 서울이 8.0%로 가장 높고 대전 6.0%, 울산 4.8% 순이었다. 경남은 2.8%로 가장 낮았고 부산과 충남이 각 3.0%, 전남·광주가 3.1%였다.
지금의 격차는 제도 설계 때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지난해 10이 관계자와 약국 9만7천여 곳으로 대상을 넓힌 2단계 시행에 들어갔다. 대형 병원부터 먼저 열고 1년 뒤 동네 병·의원을 끌어들이는 순서였는데, 뒤늦게 합류한 쪽의 참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내놓은 개선책 자료를 보면 병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의 연계율은 56.1%였던 반면 의원·약국은 26.2%에 그쳤다. 한 달 뒤인 5월 6일 기준 수치도 의원·약국 26.8%, 병원급 56.3%로 사실상 제자리였다. 두 배 넘는 격차가 봄 내내 좁혀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 서류 3종은 자동, 진단서는 사진으로
전산으로 자동 전송되는 서류는 법상 3종이다. 진료비 계산서·영수증, 진료비 세부산정내역서, 처방전이다. 보험업법 감독규정에 명시된 범위다.
입원 보험금처럼 진단서나 입퇴원확인서가 필요한 경우는 다르다. 이런 추가 증빙은 실손24 앱에서 사진을 찍어 따로 올려야 한다.
병원이 참여 기관인지는 미리 확인하는 편이 낫다.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 검색창에 '실손24'를 입력하면 연계된 병원과 약국이 지도에 표시된다.
◆ 3년 지나면 못 받는다…숨은 보험금 11조원
청구를 미루다 놓치는 돈이 적지 않다. 금융위는 복잡한 절차 탓에 가입자가 포기하는 실손보험금을 연간 2500억~3000억원으로 추산한다. 3년이면 7000억원대다.
실손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진료일로부터 3년이다. 서랍에 넣어 둔 영수증이 있다면 날짜부터 확인해야 한다.
실손 외에 찾아가지 않은 보험금도 있다. 금융위가 지난해 6월 밝힌 숨은 보험금은 11조2000억원으로, 만기 전 받을 수 있는 중도보험금 8조4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내보험찾아줌' 웹사이트에서 전 보험사 계약을 24시간 일괄 조회할 수 있다.
미참여 병원에서 민간 대행 서비스를 쓸 때는 따져 볼 대목이 있다. 보험업계에 접수된 사례를 보면 한 가입자는 건당 1100원의 수수료를 내고 대행 청구를 했지만 면책 대상 진료로 판명돼 보험금은 받지 못하고 수수료만 썼다.
◆ 연내 연계율 90% 목표…EMR 연동이 관건
확산이 더딘 이유로는 전자의무기록(EMR) 업체의 프로그램 연동 지연이 꼽힌다. 여기에 수수료와 행정 부담을 이유로 한 의원급의 반발이 겹치면서 미연계 기관이 과반으로 남아 있다. 시스템 구축에는 1200억원이 들었고 비용은 보험업계가 나눠 부담했다.
정부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5월 점검회의에서 병원 창구에서 줄을 서 서류를 받고 사진을 찍는 번거로움이 사라진다며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미청구 보험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밝혔다. 연내 연계율 90% 달성을 목표로, 참여하지 않는 EMR 업체에 과태료를 물리는 보험업법 개정도 검토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연계율이 낮은 원인을 분석해 진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병·의원 참여 활성화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자가 흔히 오해하는 지점도 있다. 실손24로 모든 보험금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 보험지급심사 전문가는 "본 서비스는 실손의료비 청구 전산화를 목적으로 구축되었습니다. 따라서 진단비나 수술비 등 정액 보장성 보험금은 기존처럼 앱을 통해 서류 사진을 업로드하여 청구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