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지명 20일 만에 자진사퇴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2번째 법무부 장관 찾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음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어디서 나올까. 지금까지의 인선 패턴을 따라가면 우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법조인, 이른바 '율사' 그룹이 눈에 들어온다. 다만 김승원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떠안은 만큼 아예 정치권 밖 법학자를 꺼내는 '리셋 카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정성호→김승원…2차례 이어진 '법사위' 이력
이재명 정부 첫 법무부 장관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17·20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을 지냈고, 2018년 사법개혁특별위원장과 2022년 형사사법체계개혁특별위원장도 맡았다. 후임으로 지명됐던 김승원 의원은 판사 출신에 지명 당시 현직 법사위 민주당 간사였다.
이 때문에 3번째 선택에서도 시선은 자연스럽게 법사위와 여당 율사들에게 향한다.
현재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 10명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등 범여권 법사위원 11명 가운데 법조인 경력자는 8명이다. 김남희·김동아·김용민·김한규 의원은 변호사 출신이고, 김기표·박균택·이성윤 의원과 박은정 의원은 검사 경력을 갖고 있다.
◆서영교형 '비법조인 카드'…법적 장벽 없지만 파격
율사가 아닌 '변칙 카드'도 법적으로는 가능하다. 현행법은 법무부 장관에게 변호사 자격이나 법학 전공, 일정 기간의 법조 경력 같은 별도 자격요건을 두지 않는다. 국무위원으로서 임명되는 구조는 다른 부처 장관과 다르지 않다. 검찰총장에 대해선 법률에 1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임명 요건으로 명시해온 것과 차이가 있다.
따라서 가령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으로 법조 경력이 없는 현 법사위원장 서영교 의원처럼 법조인도 법학자도 아닌 정치인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것 자체에는 법적 걸림돌이 없다.
다만 역대 인선 관행을 생각하면 가능성이 낮은 상당한 파격 카드다. 박상기 전 장관이 2017년 취임할 당시에도 1950년 4대 김준연 전 장관 이후 67년 만의 비법조인 법무부 장관이었다. 그런데 김준연 전 장관 역시 동경제국대 법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독일에서 법률학을 연구했으며, 박상기·조국 전 장관은 모두 법학자였다. 즉 비법조인 장관의 드문 전례조차 법학과 밀접한 인물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법조 자격도, 법학 전공·연구 경력도 없는 정치인을 법무부 수장으로 발탁하는 '서영교형 비법조인 카드'는 법적으로는 열려 있지만 역대 관행에서는 한발 내지는 몇발을 더 나아간 인선으로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렇게 기사에서나 해볼 수 있는 이야기.
◆법사위 안팎 포진 '대장동 변호인단'도 변수
이재명 대통령과 측근들의 형사사건 변호 경력이 겹치는 인물들도 빼놓을 수 없는 후보군이다.
2024년 총선 당시 언론에서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 5인방'으로 묶은 인물은 박균택·양부남·김기표·이건태·김동아 의원이다. 다만 모두 이재명 대통령을 직접 변호한 것은 아니다. 박균택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위례·성남FC 사건 변호를 맡았고, 김기표 의원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건태·김동아 의원은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사건을 변호했다. 양부남 의원은 민주당 법률위원장을 맡아 이재명 당시 대표의 사법 대응에 관여했다.
이 가운데 박균택·김기표·김동아 의원은 현재 법사위 소속이고, 이건태 의원은 이미 후임 법무부 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이들 가운데 실제 지명자가 나온다면 국민의힘이 2024년 총선 당시 이들의 공천을 두고 제기했던 '보은 공천'과 '사당화' 비판이 다시 등장할 여지가 있다.
◆'김승원보다 검증 부담 적은 사람' 찾을까
반대로 청와대 입장에서는 김승원 의원에게 쏟아졌던 검증 항목을 하나씩 지워가며 후임을 찾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김승원 의원은 변호사로 활동하던 2008년 음주운전으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은 사실이 청와대 인사검증을 거친 후 드러났고, 후보자 측도 이를 뒤늦게 인정하고 사과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민원을 전달한 일을 둘러싸고 이른바 '신약 로비 의혹'도 제기됐다. 김승원 의원은 청탁이나 특혜가 아니라 고충 민원을 전달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악화한 여론은 숙지지 않고 결국 자진사퇴 수순을 만드는데 상당 부분 영향을 준 맥락이다.
그래서 청와대가 다시 현역 의원을 택할 경우 '김승원에게 있었던 전과, 의혹, 논란은 없는 인물' 자체가 하나의 인선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정치인 부담 커졌다면…박상기·조국형 법학자?
아예 인재풀을 정치권 밖으로 넓힐 수도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도덕성 논란 끝에 낙마하자 11일 만에 형법학자인 박상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다시 후보자로 지명해 장관 자리에 앉혔다. 박상기 전 장관은 사법시험을 거치지 않은 비법조인 법학자였다.
바통을 이어받은 조국 전 장관(현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역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의 법학자였다. 물론, 조국 전 장관의 경우 청문 정국이 일명 '조국 사태'라는 표현을 만들었을 정도로 여느 정치인을 뛰어넘는 정치적 부담을 정권에 안겼다.
◆공소청 출범 코앞…결국 '실무형'에 속도?
사실 법학자 카드엔 큰 약점이 있다. 당장 오는 10월 2일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직제와 하위 법령 정비 등 실무 과제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학계 출신이라고 실무 능력이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법무부·검찰 조직이나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직접 다뤄본 '실무형' 인사가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 장관 공석 상황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부담이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경찰청장처럼 장기간 정식 수장을 두지 않고 있는 사례도 있지만, 법무부는 공소청 출범이라는 명확한 시한이 있다는 점에서 사정이 다르다.
결국 김승원 후보자에게서 드러난 검증 부담을 피하면서 공소청 출범까지 곧바로 관리할 수 있느냐가 법무부 장관 인선의 중요한 조건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