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한투·삼성 등 거래소 지분투자·협업 확대
STO·RWA 제도화에 디지털자산 선점 경쟁 본격화
업계 "협업 직접 영향 제한적"…투자자 이탈·거래 위축은 우려
국내 증권사들이 가상자산거래소에 잇따라 지분을 투자하거나 서비스 협업에 나서며 디지털자산 시장과의 접점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토큰증권(STO)과 실물연계자산(RWA), 스테이블코인 등 블록체인을 활용한 금융서비스의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시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다만, 내년부터 가상자산 과세가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투자심리 위축과 거래대금 감소 등이 향후 신사업 확대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7월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지분 97.15%를 인수하며 그룹 계열사로 편입했다. 이어 지난달 법인명을 '디지털엑스 주식회사'로 변경한 데 이어 이달 16일부터 서비스명과 공식 도메인, 애플리케이션 아이콘, 브랜드 아이덴티티(BI)까지 모두 디지털엑스로 바꿨다. 공식 홈페이지 주소에도 'miraeasset'을 사용하며 사실상 브랜드 통합 작업을 마쳤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5월 코인원 지분 20%를 취득하며 3대 주주에 오른 뒤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 앱에서 코인원이 제공하는 가상자산 실시간 시세와 등락률, 거래대금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삼성증권 역시 지난 5월 삼성SDS·삼성카드와 함께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 4%를 6128억원에 취득했다. 삼성증권의 지분은 2%며 회사 측은 투자 목적으로 '디지털자산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시너지 확보'를 제시했다.
하나증권은 업비트의 해외 디지털자산 사업을 총괄하는 업비트글로벌과 손을 잡았다. 양사는 디지털자산 운용 사업모델과 상품·서비스 개발, 관련 인프라 구축, 공동 투자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토큰증권 제도화에 맞춰 주식·채권·펀드 등 전통 금융상품을 토큰 방식으로 발행·거래하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의 움직임을 향후 디지털자산 시장 확대에 대비한 선점 경쟁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당장 거래소와 할 수 있는 사업은 많지 않지만, 먼 미래를 보고 선제적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제도권 시장이 커지면 경쟁자들이 많아질 수 있는 만큼 먼저 진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가상자산거래소에 관심을 두는 배경에는 블록체인의 활용 영역이 기존 가상자산 거래에서 전통 자본시장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당국은 조각투자 중심이던 토큰화를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을 토큰증권 거래대금의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향후 토큰증권 시장이 발행·유통을 넘어 청산·결제까지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온체인 결제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 24시간 거래와 결제주기 단축 등 기존 자본시장 인프라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거래소는 이미 충분한 투자자 접점을 가진 대형 플랫폼이고 디지털자산 관리·수탁에서도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며 향후 자본시장 상품의 디지털자산화에 대비해 증권사들이 선제적으로 사업 기반과 역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과세다. 현행 제도상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에서 취득가액과 필요경비,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실효세율은 22%다. 가상자산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손실을 다음 과세연도로 이월하기 어렵다는 점과 해외 거래소·개인지갑을 거친 자산의 취득가액을 어떻게 확인할지 등도 쟁점으로 꼽힌다.
특히 시장이 처음 과세체계를 설계했던 당시보다 복잡해졌다는 게 업계의 고민이다. 스테이블코인과 스테이킹, 탈중앙화금융(DeFi), RWA 등 새로운 형태의 거래가 빠르게 늘면서 거래 유형별 소득과 취득가액을 어떻게 산정할지를 두고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탈중앙화거래소(DEX)·개인 간 거래(P2P)·DeFi 등에 대한 과세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2029년으로 다시 미루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증권업계에서는 과세가 당장 거래소와의 지분투자나 STO·RWA 사업 협력을 가로막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지분을 투자하고 토큰증권이나 블록체인 기술, 양사 플랫폼을 활용한 고객 시너지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이 가상자산 과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업계도 과세와 증권사 협업은 별개의 문제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한다. 다만, 과세 시행에 따른 투자자 이탈과 거래 위축이 장기적으로 시장 성장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은 경계하고 있다. 업비트 데이터랩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 기준 업비트의 최근 24시간 거래대금은 11.11% 감소한 1조55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과세가 증권사와의 협업 자체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과세로 시장이 위축돼 투자자들이 줄어들면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거래소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세금 부담으로 큰손들이 시장을 떠나는 상황은 거래소 입장에서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