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상품권은 현금 취급, 가액 무관 전면 금지 가공품 원료 50% 미만이면 한도 5만원으로 뚝
민원인이 평소 친분이 있던 시청 주무관에게 5만원권 백화점 상품권을 보내도 되는지 물었다. 답은 '전액 불가'였다. 금액이 적힌 상품권은 현금과 같은 유가증권으로 분류돼, 액수와 무관하게 받을 수도 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10일 안내한 추석 김영란법 선물 가액 기준에 따르면 농수산물과 가공품 선물은 30만원까지 허용된다. 적용 기간은 9월 1일부터 30일까지다. 평상시 한도 15만원의 두 배다. 그러나 이 '30만원'만 기억하고 선물을 고르면 과태료를 물 수 있는 함정이 세 군데 있다.
◆ 함정 1: 백화점·온누리 상품권은 가액 자체가 없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별표1은 금액이 기재된 상품권을 선물 허용 대상에서 통째로 뺐다. 백화점 상품권, 온누리상품권 모두 해당한다. 1만원짜리든 10만원짜리든 직무관련 공직자에게 건네면 그 순간 위반이다.
허용되는 상품권은 물품이나 용역의 수량이 특정된 것뿐이다. 커피 한 잔과 케이크 한 조각처럼 받을 물건이 정해진 모바일 기프티콘, 공연 관람권 등이 여기 속하며 한도는 5만원이다. 같은 모바일 쿠폰이라도 '3만원권'처럼 금액만 적혀 있으면 허용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직무관련 공무원에게 5만원권 백화점 상품권을 선물했다가 현금성 유가증권으로 인정돼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다. 10만원 상당 상품권을 전달했다가 신고돼 과태료 대상으로 판단된 경우도 있다.
금액상품권을 선물에서 아예 빼는 기준이 세워진 것은 2023년 8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당시 개정으로 허용 상품권을 물품·용역형으로 한정했다. 액수가 적힌 상품권은 현금성 유가증권으로 봐 허용 범위에서 제외했다. 이후 세 차례 명절을 거치면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 함정 2: 가공품은 원료 절반을 넘겨야 30만원
두 번째 함정은 '농수산가공품'의 범위다. 30만원 한도를 적용받으려면 농수산물이 원료나 재료의 50%를 넘게 쓰여야 한다. 이 기준에 미달하면 일반 물품으로 분류돼 한도가 5만원으로 떨어진다.
홍삼 캔디 세트를 농수산가공품으로 알고 선물했다가 원료 함량이 50%에 못 미쳐 일반 선물 한도를 넘긴 것으로 처리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화장품·생활용품처럼 애초에 농수산물이 아닌 선물은 명절에도 5만원이 상한이다. 추석을 앞두고 20만원 상당 화장품 세트를 지방의회 관계자가 징계를 받기도 했다.
가공품 세트는 포장 겉면의 원재료 함량 표시를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자기 방어 수단이다. 선물 세트 안에 농수산물과 공산품이 섞여 있으면 구성 전체를 놓고 따져야 한다.
◆ 함정 3: 하루만 일러도 한도는 15만원
세 번째는 날짜다. 명절 가액 상향은 상시 제도가 아니라 명절 당일 전 24일부터 당일 후 5일까지 30일간만 적용된다. 올해 추석은 9월 25일 금요일로 24~26일이 공휴일이며, 특례 기간은 이달 말일까지다.
기간을 하루라도 벗어나면 평상시 기준이 적용된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추석 40일 전에 도청 간부에게 25만원 상당 굴비 세트를 보냈다가 특례 기간 밖 발송으로 평상시 한도 15만원을 넘긴 것으로 적발됐다.
택배는 발송일이 기준이다. 우편 소인이나 운송장 일자로 따지므로, 기간 안에 보냈다는 증빙이 되는 송장은 보관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택배 선물의 경우 특례 마감일에 보낸 물건까지 상향된 가액을 인정한다고 안내했다. 수령이 10월로 넘어가도 발송이 기간 안이면 상향 한도가 적용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기간 마지막 날 주문했더라도 발송이 다음 달로 밀리면 평상시 기준을 적용받는다.
◆ 직무 관련 있으면 5만원도 0원
가액 한도는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는 숫자다. 인허가, 입찰, 조사, 평가처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상대에게는 5만원 이하 선물도 금지된다. 예외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땡전 한 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반대로 직무 관련성이 전혀 없는 공직자에게는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까지 선물이 가능하다.
식사를 함께했다면 셈법이 하나 더 붙는다. 공직자 식사비 상한은 2024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랐다. 다만 식사와 선물을 함께 주면 두 가액의 합이 5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각각의 한도도 따로 지켜야 한다.
한도를 넘겨 주고받으면 제공자와 수수자 모두 과태료 대상이 된다. 청탁금지법 제23조는 수수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를 과태료로 정하고 있다. 10만원짜리 상품권 한 장에 최대 50만원을 물 수 있다는 뜻이다.
◆ "기준이 너무 복잡" 비판도
시민단체는 기준 자체를 문제 삼는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가공품 원료 판정이나 금액권 구분이 복잡하다고 짚었다. 국민과 공직자 모두 혼란만 겪는다는 지적이다. 한국투명성기구는 명절 선물 한도를 거듭 올린 것이 공직자 청렴성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유통업계와 소비자단체는 모바일 물품권만 허용되고 종이 백화점 상품권은 금지되는 구조를 꼬집는다. 이로 인해 소비자 혼선이 가중된다는 목소리다. 원료 함량 50% 기준도 매장에서 즉석 판단이 어렵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