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대응단, 에이비엘바이오 본사 등 8곳 압수수색
GSK·릴리 기술수출 공시 전 매수 후 매도 정황…임원 가족도 수사선상
주가 올초 25만원에서 5분의 1토막…"기술 좋아도 내부통제 구멍"
"주주들한테는 성과 잘 나오고 있다, 순항 중이다 해놓고 정작 대표와 임원 가족들은 미리 다 팔았다는 게 말이 되나? 회사 내부 정보를 가족이 어디서 알았겠나. 기술 좋으면 뭐하나, 회사 관리가 이 모양인데."
"올초부터 이유 없이 계속 떨어지는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기술 좋고 기술수출 이뤄지면 잘될 회사라고 25만원에도 안 팔고 꼭 쥐고 있던 내가 한심하다. 하루에 수백만원씩 녹는데, 애간장이 녹는 것 같다. 유리 멘탈이 국내 바이오 투자를 한 내 잘못이다."
지난해 조 단위 기술수출을 잇달아 터뜨리며 국내 대표 바이오로 꼽히던 에이비엘바이오가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그것도 이상훈 대표 가족과 임원 배우자까지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회사를 믿고 버텨온 개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실망을 넘어 배신감에 가깝습니다.
17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로 구성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에이비엘바이오 본사 등 8곳을 압수수색했습니다. 합동대응단은 임직원 등 10여명이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이전 계약이 공시되기 전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가 공시 이후 주가가 오르자 매도해 1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잇달아 체결된 두 건의 대형 기술수출입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4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최대 4조1104억원 규모, 같은 해 11월 미국 일라이릴리와 약 3조75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습니다.
공시 직후 주가는 요동쳤습니다. GSK 계약은 공시 직전 거래일 3만4050원이던 주가를 이틀 만에 5만6800원까지 66.8% 끌어올렸고, 릴리 계약 때는 9만6700원이던 주가가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장 중 70% 넘게 뛰었습니다. 기술수출이 바이오 주가를 좌우하는 핵심 이벤트인 만큼 그 정보를 미리 안 사람이 있었다면 손쉽게 차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였던 셈입니다.
소액주주들이 특히 분노하는 건 혐의 대상에 오너 일가가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합동대응단은 이 대표 가족뿐 아니라 등기임원들의 배우자도 공시 전 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계약 정보가 이들에게 전달된 경위와 가족 명의 계좌의 실제 운용 주체 등을 들여다볼 방침입니다.
회사를 가장 잘 아는 내부자와 그 가족이 정보를 이용해 먼저 빠져나온 것 아니냐는 의심이 핵심입니다. 대표가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가족 명의 계좌를 누가 실제로 운용했는지가 규명되지 않는 한 그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배신감이 큰 건 그동안의 주가 흐름 때문입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올해 초 25만원대에서 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4월 27일 담도암 치료제 ABL001의 임상에서 핵심 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소식에 하루 만에 19% 급락했고, 6월 코스닥 바이오 전반의 조정까지 겹쳐 9만원대까지 밀렸습니다.
그렇게 흘러내리던 주가는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진 15일 전 거래일보다 9.6% 내린 5만7700원까지 떨어지며 1년 신저가를 새로 썼습니다. 올해 초 고점의 5분의 1 토막입니다. 5월 10만원대에서 반등을 노리고 뛰어든 투자자, 기술수출 재료를 믿고 버틴 투자자 모두 계좌가 녹아내렸습니다.
수급도 개인에게 불리하게 돌아갔습니다. 의혹이 불거지기 전인 8월 3일부터 9월 8일까지 외국인은 372억원, 기관은 157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8월 10일 9만3600원이던 주가가 흘러내리는 사이 외국인과 기관이 먼저 빠져나간 것입니다. 압수수색으로 급락한 9월 9일 이후로는 방향이 갈렸습니다. 기관은 16일까지 311억원을 추가로 팔아치운 반면 외국인은 137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매수에 나섰습니다. 두 시기 모두 물량을 받아낸 것은 개인이었습니다.
이번 사태가 개별 종목을 넘어 바이오 업계 전반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알테오젠·리가켐바이오와 함께 국내 대표 바이오로 꼽혀온 데다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앞세워 GSK·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와 잇달아 대형 계약을 성사시킨 곳입니다. 기술력만큼은 인정받던 회사에서 이런 의혹이 불거지자 "국장 바이오는 하는 게 아니다"라는 자조가 커뮤니티를 채웠습니다. 기술은 좋은데 정보 관리와 내부통제가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실제 이번 사태는 코스닥 바이오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임상 데이터와 기술이전 정보를 접하는 인원은 연구개발·사업개발·법무·재무·공시까지 폭넓은데 정작 이들의 자사주 거래를 사전에 통제하는 장치는 대부분 없습니다. 임직원이 가족·지인 명의 계좌를 동원하면 회사가 사전에 포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다만 이번 의혹이 회사의 본질 가치를 훼손하는 악재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선행매매는 임상 실패나 계약 파기 같은 사업 자체의 악재와는 성격이 다르고, 그랩바디-B 플랫폼과 하반기 예정된 ABL001 허가 신청·ABL111 임상 3상 개시 같은 반등 재료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압수수색 국면에서 외국인이 저가매수에 나선 것도 이런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커버리지 증권사 5곳이 모두 매수 의견에 목표주가 평균 20만원대 초반을 제시했던 만큼 사법 리스크가 걷히면 밸류에이션 괴리가 좁혀질 수 있다는 기대도 여전합니다.
회사도 진화에 나섰습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전날 홈페이지에 '주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올려 "관계기관의 절차에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될 수 있도록 성실하고 투명하게 협조하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준법경영과 내부통제, 정보관리 체계를 더욱 면밀히 점검하고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며 대표 연루 여부 등 핵심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그 신뢰입니다. 기술수출이라는 최대 호재를 정작 내부자가 사익 수단으로 삼았다는 의혹은, 실적이나 임상 실패보다 훨씬 근본적인 곳을 건드립니다. 회사가 "순항 중"이라 말할 때 그 말을 믿고 주식을 쥔 개인만 손실을 떠안고 정보를 먼저 안 쪽은 빠져나갔다는 의심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남는 건 숫자로 회복하기 어려운 배신감입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단순 직원 일탈로 끝날 수도, 경영진이 연루된 조직적 사건으로 확대될 수도 있습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에이비엘바이오와 바이오 업계는 신뢰 시험대에 놓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