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0만원·부산 실운전 시 30만원·용산구는 68만원까지 농업인 94.8% "반납 의향 없다"…조건부 면허 입법 추진
70세 이상 서울 거주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올해부터 교통카드 20만원을 받는다. 서울시가 기존 10만원에서 2배로 올린 금액이다.
지원금은 지역마다 다르다. 서울 용산구는 시 지원금 20만원에 구비 48만원을 얹어 지난해 선착순 100명에게 총 68만원짜리 교통카드를 지급했다. 울산 울주군은 65세 이상 반납자 인센티브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렸다. 지자체가 돈을 이만큼 얹는 이유는 하나다.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이 좀처럼 늘지 않아서다.
◆ 반납률 2.51%…100명 중 2명뿐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25년 만 6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자진 반납률은 2.51%였다. 반납자는 14만1천286명이다. 최근 5년간 반납률은 2.09%에서 2.57% 사이를 오갔고, 5년 평균은 2.36%다. 지원금을 올려도 눈금이 움직이지 않는 셈이다.
모수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는 2021년 401만명에서 2025년 563만2천818명으로 40.2% 늘었다. 전년 대비로도 8.9% 증가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인원이 전체 운전자의 16.1%에 해당한다고 집계했다.
사고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2025년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4만5천873건으로 전년(4만2천369건)보다 8.3% 늘었다. 사망자는 843명으로 761명이던 전년보다 10.8%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고령 운전자 가해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5.7%에서 2025년 23.7%로 8.0%포인트 뛰었다.
◆ 지자체별 지원금, 조건 따라 두 배 차이
지원 방식은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서울은 70세 이상이 신분증과 운전면허증을 들고 주민센터를 찾으면 그 자리에서 20만원이 충전된 선불카드를 받는 원스톱 방식이다. 최초 1회, 선착순이다. 서울시는 올해 3만5천211명분 예산을 잡았다.
인천시는 65세 이상에게 인천e음카드로 기본 10만원을 주고, 실제로 차를 몰았다는 사실을 증빙하면 10만원을 더해 20만원을 지급한다. 자동차등록증과 보험 가입 증빙을 함께 내야 한다. 부산시는 70세 이상 일반 반납자에게 10만원, 실운전 증빙 시 3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준다. 부산 연제구는 75세 이상에게 시 지원금과 별도로 구비 30만원을 현금으로 중복 지급한다. 대전시는 70세 이상에게 10만원, 운전 경력을 증빙하면 20만원 상당을 지급한다.
정리하자면 '장롱면허'인지 실제 운전자인지에 따라 받는 금액이 두 배까지 벌어진다. 예산이 소진되면 그해 접수가 끊기는 곳이 많아, 신청 전 거주지 주민센터에 잔여 예산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 농업인 94.8% "반납할 생각 없다"
돈을 올려도 반납이 늘지 않는 이유는 조사에 드러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농촌지역 65세 이상 농업인의 반납 거부감은 높았다. 면허 소지자의 94.8%가 생업과 대중교통 불편을 이유로 반납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서울연구원이 면허를 반납하지 않은 고령자 400명에게 물은 조사에서도 75.8%가 당장 반납할 뜻이 없다고 했다.
운전이 곧 일인 경우도 적지 않다. 통계청의 운수업 종사자 통계를 보면 전체 종사자 81만4천737명 중 65세 이상이 20만5천846명으로 25.3%를 차지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1회성 10만~20만원 지원금이 차량 유지비와 이동 포기 비용보다 지나치게 적다고 짚었다. 실제 운전을 하지 않던 사람만 반납하는 착시를 부른다는 지적이다. 서울연구원도 체감도가 낮은 일회성 지원 대신 매월 지급하는 정기 교통바우처 같은 지속적 이동권 보장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 1명 반납에 사회적 비용 42만원 절감
그렇다고 반납 정책의 효과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 2024년 고령 운전자 1명이 면허를 반납하면 교통사고 감소로 연간 약 42만원의 사회적 비용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서울연구원은 반납률이 1%포인트 오르면 고령 운전자 사고가 연간 203건 감소한다고 추산했다.
신체 능력 변화도 확인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7월 내놓은 주행 반응 실험에서 65세 이상은 돌발 상황에 대한 반응 시간이 청년층보다 최대 1.08초 늦었다. 시속 60㎞라면 18m를 더 달린 뒤에야 제동이 시작된다.
실제 사고도 이어졌다. 강원 평창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에서는 80대가 몰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 식당 유리창을 뚫고 돌진해 16명이 다쳤다. 경기 성남 분당의 한 노인종합복지관 주차장에서는 90대가 후진 중 페달을 잘못 밟아 보행자 4명을 쳤고 이 중 1명이 숨졌다.
◆ 반납 대신 '조건부 면허'…신차엔 오조작 방지 장치
정책의 무게추는 일괄 반납 유도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경찰청은 고위험 운전자를 대상으로 야간 운전이나 고속도로 운행을 제한하는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운전능력진단시스템을 활용한 제도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기술적 보완책도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고령 운전자 141명을 대상으로 3개월간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시범 운영한 결과 과속을 막은 사례가 71건 기록됐다. 공단 관계자는 "평소 운전하던 습관에서 급격한 과속을 하신 부분이 발견됐다"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대덕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의견을 냈다. "한정 면허 제도 도입이나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해 자발적으로 반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도로교통공단과 학계에서도 나이만으로 반납을 유도하는 방식에 회의적이다. 주간 운전·최고 속도를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나 첨단 안전장치 지원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국토교통부는 새로 만들거나 수입하는 승용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2029년 1월부터 의무 설치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조건부 운전면허제 입법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