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1시간, 고령화 30년을 달린다…경북 서부권은 '대한민국 고령화 실험실'

입력 2026-09-30 16: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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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인구 구미 13%·칠곡 20%·김천 28%·고령 38%·성주 41%
경북 서부권, 대한민국이 지나온 인구구조의 과거-현재-미래 공존

경북도는 지난 30일 의성국민체육센터에서
경북도는 지난 30일 의성국민체육센터에서 '제30회 노인의 날' 기념식을 열고 어르신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뜻을 되새겼다.대한노인회 경상북도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지역 기관·단체장과 어르신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노인 강령 낭독과 100세 어르신 감사품 전달, 노인복지 유공자 표창 등이 진행됐다.

경북 서부권
경북 서부권

제30회 노인의 날(2일)을 앞두고 경북 서부권(칠곡·성주·고령·구미·김천)이 대한민국 '고령화 실험실'이 되고 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미에서 출발해 칠곡과 김천을 지나 성주·고령으로 가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대에서 40% 안팎까지 높아지는 등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한 생활권에 대한민국이 지나온 인구구조의 현재, 미래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경북서부권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구미 14.1%, 칠곡 20.3%, 김천 27.6%, 고령 37.9%, 성주 38.7% 등이다.

◆고령 '이름보다 먼저 온 초고령사회'

고령은 이름만큼이나 고령화가 빨리 왔다. 2025년 말 65세 이상 인구는 1만1천392명으로 전체 주민의 37.9%다. 문제는 고령화가 단순히 노인이 많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농업을 비롯한 지역 산업과 마을 공동체 자체가 고령인구의 노동에 의존하고 있어 고령자가 일을 그만두는 순간 개인의 은퇴가 아니라 농가와 마을의 생산기능이 함께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고령군 역시 매달 읍·면별 인구와 연령별 인구를 별도로 집계하고 있을 정도로 인구 변화를 군정의 핵심 지표로 보고 예의주시 하고 있다. 고령군은 올해 인구감소지역 대응 시행계획을 별도로 수립해 대응하고 있다.

◆성주 '주민 절반이 노인인 마을 다수'

성주는 대한민국 고령사회의 미래가 먼저 와 있다. 주민 10명 가운데 4명이 노인이다. 성주군이 올해 1월 집계한 65세 이상 인구는 1만6천762명으로 전체 4만720명의 41.16%다. 2010년 23.54%였던 노인 비율이 16년 만에 17.62%포인트(p) 높아졌다.

전체 인구는 같은 기간 4만5천289명에서 4만720명으로 감소했지만 노인은 1만659명에서 1만6천762명으로 6천명 이상 늘었다.

읍·면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 선명하다. 성주군 10개 읍·면 가운데 수륜면 50.04%, 가천면 52.08%, 금수강산면 52.83%, 대가면 50.0%, 벽진면 51.56% 등 5개 면은 주민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다.

노인이 복지정책의 특정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다수 구성원이 됐다는 것이다.

◆구미 '아직은 젊은 도시'

구미는 경북 서부권에서는 가장 젊은 도시다. 지난해 말 기준 노인인구는 5만7천260명으로 전체의 14.1%로 집계됐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서구미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전자·반도체·기계·방산 제조업이 밀집하면서 생산연령인구를 붙잡고 있다.

최근 산동읍 등 신산업단지와 신축 아파트가 집중된 지역에는 30~40대와 자녀 세대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20년 전만 해도 구미의 평균 연령은 20대 후반이었다. 산업도시라는 방어막이 고령화의 속도를 늦추고 있을 뿐 방향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이정화 구미시 사회복지국장은 "구미는 경북에서 가장 젊은 도시이지만 고령화에 대비한 통합돌봄과 일자리 정책을 맞춤형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칠곡 '20%선 넘은 경계 도시'

칠곡은 구미와 성주·고령 사이의 점이 지대에 고령층이 분포하고 있다. 지난해 말 65세 이상 인구는 2만1천825명으로 전체의 20.3%였다. 5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지만 성주·고령보다는 고령화 속도가 느리다.

칠곡의 특징은 산업과 농촌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또 고령화 정도도 경북 서부권의 '경계선'에 가깝다.

왜관읍과 석적읍 등 구미산단과 연결된 생활권에는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가 남아 있는 반면 농촌 읍·면으로 갈수록 고령화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칠곡군의 노인 인구 분포는 산업 일자리와 대구·구미 접근성이 생산연령인구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반대로 농촌지역의 고령화를 어떤 방식으로 감당할지가 동시에 나타나는 지역이다. 고령화 정책에 시사점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천 '35세 혁신도시 옆 65세 농촌'

김천은 하나의 도시 안에서 고령화의 양극화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도시다. 김천의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는 3만7천426명으로 전체의 27.6%다. 올해 6월 3만9천731명으로 전체의 29.9%을 찍었다.

하지만 평균값만 보면 김천의 실제 모습은 가려진다. 혁신도시가 들어선 율곡동의 2026년 6월 평균연령은 35.0세다. 인구도 2만3천404명으로 김천에서 가장 많다.

반면 구성면의 평균연령은 65.2세다. 65세 이상 주민만 1천472명으로 전체 2천542명의 57.9%에 달한다.

자동차로 수십 분 떨어진 같은 김천 안에서도 평균연령 35세와 65세 지역이 공존하고 있다. 이는 혁신도시와 산업단지가 젊은 인구를 끌어들이고 있지만 그 효과가 농촌지역까지 확산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김천의 고령화 대책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율곡동에는 보육·교육과 젊은 가족의 정착정책이 필요하지만 농촌 면 지역에서는 의료·교통·돌봄과 빈집 문제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 14%에서 40%까지…경북 서부지역, 고령화 실험대

고령화는 더 이상 노인복지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 10명 가운데 4명, 일부 면에서는 절반 이상이 노인이 되면 경로당을 몇 곳 더 짓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구미 등 다소 젊은 도시에서 노인 비율이 50%가 넘어 고령화 사회가 도래된 성주군까지 대한민국의 일자리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통계청의 2026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79세 가운데 69.2%가 앞으로도 일하기를 희망했다. 희망하는 근로연령은 평균 73.6세였다.

경북 서부권은 실험하기 좋은 지역이다.

구미·칠곡에는 제조업이 있고 김천에는 산업단지와 혁신도시가 있으며 성주와 고령에는 농업이 있다. 시·군별로 흩어진 노인일자리를 산업과 농업, 돌봄·서비스 수요에 맞춰 생활권 단위로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65~74세를 새로운 생산연령층으로 보는 일자리 모델 ▷구미 제조업과 성주·고령 농업을 연결하는 광역형 시니어 일자리 ▷고령자 교통·의료 공동서비스 ▷외국인 노동력과 고령 농업인의 역할 분담 ▷김천처럼 젊은 신도시와 고령 농촌이 공존하는 지역의 이중복지 모델 등의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옥진 구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과장은 "구미에서 성주까지 자동차로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짧다면 짧은 길이지만 그 길 위에는 대한민국이 이미 지나온 인구구조와 지금 겪고 있는 변화, 앞으로 맞닥뜨릴 미래가 차례로 펼쳐지고 있다"며 "경북 서부권은 고령화의 시계가 다르게 움직이는 대한민국 미래 축소판이다. 고령화 사회 등 사회복지학적 관점에서의 다양한 정책적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표〉 경북 서부권 도시 고령(65세 이상) 인구 비율(단위 : 2025년 말, 명)

구미 14.1%

칠곡 20.3%

김천 27.6%

고령 37.9%

성주 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