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사육두수 10년 새 12.6% 증가할 때 전남 35.0% 급증
전국 최대 한우 산지인 경북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경북은 여전히 사육두수와 농가 수 모두 전국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전남이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며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소규모 농가의 이탈과 생산비 상승, 번식 기반 약화까지 겹치면서 '한우 1번지'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돈 안 되는 한우 농가
경북 예천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우를 키우는 김명현(39) 씨는 최근 다시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이제 한우는 돈이 안 된다'는 부친의 만류에도 가업을 잇겠다며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2년간 농장을 운영한 끝에 남은 것은 적자뿐이었다.
지난해 축산물생산비조사에서 한우 비육우 한 마리당 순수익은 마이너스 99만9천원으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번식우도 한 마리당 86만1천원의 손실을 냈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한우 가격은 여전히 높다. 이달 14일 1등급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은 100g당 1만582원으로 지난해 9월 평균보다 6.1%, 최근 5년간 9월 평균보다 10.3% 높았다.
김 씨는 "소비자가격이 비싸다 보니 한우 농가가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직접 사육해 보면 현실은 다르다"며 "한우는 도축과 가공, 도·소매 등 여러 유통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산지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그만큼 소비자가격이 내려가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급격히 줄어드는 사육두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경북의 한우 사육두수는 2015년 63만3천442마리에서 2025년 71만3천563마리로 1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남은 45만2천여마리에서 61만여마리로 35.0% 늘었다.
이에 따라 경북과 전남의 한우 사육두수 격차는 2015년 약 18만1천마리에서 지난해 약 10만3천마리로 10년 새 7만8천마리 가까이 줄었다. 경북도 사육두수가 증가했지만 전남의 증가 속도가 훨씬 빨랐던 셈이다.
경북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아졌다. 지난해 경북의 한우 사육두수는 전국의 21.7%로 여전히 시도 가운데 가장 많았지만, 2015년 22.5%와 비교하면 0.8%포인트(p) 하락했다. 한우 농장 수도 전국의 21.2%로 1위를 유지했으나 2015년 21.5%보다 비중이 소폭 줄었다.
전남의 성장세가 가파른 배경에는 풍부한 조사료(볏짚·건초 등 섬유질 사료) 생산 기반과 상대적으로 탄탄한 번식 기반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남은 전국 조사료 재배면적의 35%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조사료 생산지로 2024년 기준 5만6천㏊에서 86만8천t의 조사료를 생산한다.
지역에서 한우 농가를 운영하는 A씨는 "전남은 넓은 평야에서 조사료를 많이 생산할 수 있어 사료비 부담을 줄이기 유리하고, 예전부터 번식 기반도 잘 갖춰져 있다"며 "지자체의 축산 지원도 상대적으로 활발해 농가들이 사육 규모를 키우기 좋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경북 내부의 생산구조 변화도 두드러진다. 한우 사육농장은 2015년 연평균 2만2천612곳에서 지난해 1만6천62곳으로 6천550곳(29.0%)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사육두수는 8만121마리 늘면서 농장 한 곳당 평균 사육두수는 28.0마리에서 44.4마리로 58.6% 증가했다.
특히 소규모 농가의 감소 폭이 컸다. 20마리 미만 농가는 2015년 1만4천408곳에서 지난해 7천178곳으로 50.2% 줄었다. 20~50마리 농가도 4천726곳에서 4천390곳으로 7.1% 감소했다.
반면 50~100마리 농가는 같은 기간 2천144곳에서 2천711곳으로 26.5% 늘었고, 100마리 이상 농가는 1천335곳에서 1천784곳으로 33.7% 증가했다. 전체 농가 가운데 20마리 미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63.7%에서 44.7%로 낮아진 반면 50마리 이상 농가 비중은 15.4%에서 28.0%로 확대됐다.
◆전국 생산자단체도 변화 흐름
전국 한우산업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한우 사육두수는 2022년 372만7천마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뒤 도매가격 하락과 생산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5년 한우 사육두수는 321만1천마리로 전년보다 4.7% 줄었고, 사육농장 수도 7만7천곳으로 5.8% 감소했다. 반면 농장당 사육두수는 43.4마리로 1.4% 늘어 소규모 농가 이탈과 규모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이다.
생산자단체의 지역 기반 변화도 눈길을 끈다. 전국한우협회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경북 의성을 기반으로 활동한 김홍길 회장이 8·9대를 맡았고, 이어 경북 영주의 김삼주 회장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10대 회장을 지냈다. 9년 연속 경북 기반 인사가 협회를 이끈 셈이다. 이후 2024년 3월부터는 전남 해남의 민경천 회장이 11대 회장을 맡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사육두수뿐 아니라 대의원과 회원 규모도 대구경북이 전국에서 가장 크다"면서도 "협회장 선출은 사육두수와는 별개로 전국 대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만큼 두 사안을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