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수 216조7천억원, 사상 첫 200조 시대
저축·투자 격차 21.4%p, 1970년 이후 최대
반도체 호황이 기업 이익과 세수를 빠르게 밀어 올리고 있지만 임금과 국내 투자로 번지는 속도는 이에 못 미치고 있다. 반도체 중심 성장의 과실이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면서 수출·성장 지표와 가계가 체감하는 소득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재정경제부 국세수입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법인세 수입은 216조7천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 101조3천억원의 두 배를 넘어 사상 처음 2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소득세 전망치 180조원보다 36조7천억원 많은 규모로, 법인세가 소득세를 웃도는 것은 2012년 이후 15년 만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반도체 수출이 늘고 반도체 기업 영업이익이 급증한 영향이다.
기업 이익이 급증한 데 비해 근로소득 증가세는 제한적이었다. 한국은행의 2분기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총영업잉여는 전분기보다 18.5% 급증한 반면 피용자보수는 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올해 2분기까지 피용자보수는 약 6.0% 증가했지만 총영업잉여는 약 38.6% 늘어, 기업 이익과 근로소득의 증가 속도에 큰 차이를 보였다.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소득과 국내 투자 사이의 간극도 크게 벌어졌다. 가계·기업·정부를 합친 국민경제 전체의 총저축률은 2분기 45.6%, 국내총투자율은 24.2%로 두 지표 간 격차가 21.4%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이 격차는 지난해 4분기 7.8%p에서 반년 만에 약 3배 수준으로 확대돼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수준을 기록했다.
늘어난 투자마저 반도체 부문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설비투자가 지난해보다 7.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투자 증가를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반면 건설투자는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등의 영향으로 0.1%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이달 '9월 경제동향'에서도 수출과 설비투자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기 개선의 가계소득 파급 효과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반도체 이익이 임금과 투자로 충분히 퍼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세수 증가분을 다른 산업 지원에 쓰기보다 재정 변동성에 대비한 기금으로 묶어두는 쪽을 택했다. 바로 내년에 신설할 미래대응기금이다.
이태석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이례적인 세수 증가가 예상되지만 반도체 업황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며 "이번 세수 증가는 규모와 불확실성 모두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만큼 재정 여건 변화에 맞는 새로운 재정 제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여러 해에 걸쳐 계획된 투자를 세수 변동의 영향에서 보호하고 위기 상황에서 지출을 급격히 줄이거나 국채 발행을 큰 폭으로 늘려야 하는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