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강모씨 영장기각 이듬해 '입법보조원' 등록…'보은성' 의혹도 제기
법조계 "사건 관련성 알고 영장심사 했다면 처신 부적절"
신약업체 제넨셀 설립자 강모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정인재 부장판사를 둘러싼 이해충돌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의 중심에 있는 브로커 양모 씨와 정 부장판사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사진을 찍은 사실에 이어, 영장 기각 뒤 정 부장판사의 아들이 김 후보자 의원실에서 근무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당시 정 부장판사가 사건 심리를 맡은 게 적절했는지를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정 부장판사는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로 근무하던 2023년 12월 사기미수 등 혐의를 받던 제넨셀 설립자 강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앞서 2022년 2월 김 후보자, 브로커 양 씨와 함께 사진을 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 부장판사의 아들은 영장 기각 이후인 2024년 상반기 김 후보자 의원실에서 약 3개월간 입법보조원으로 근무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영장 기각 이후 이뤄진 의원실 근무가 '보은성 취업'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후보자와 정 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사법시험에도 1년 차이로 합격했다. 2002년에는 전주지법에서 함께 근무했다.
김 후보자 측은 영장 기각과 의원실 근무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자는 "떳떳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면접을 통해 입법보조원을 맡겼다"며 보은성 채용 의혹을 부인했다. 청문회 준비단 역시 영장 기각과 입법보조원 근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쟁점은 정 부장판사가 강 씨의 영장을 심사할 당시 양 씨가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이를 알았다면 왜 사건을 회피하지 않았는지다.
강 씨 사건 1심 판결문을 보면 양 씨는 수사의 발단부터 등장한다. 검찰은 '강 씨가 양 씨를 통해 국회의원 등에게 부정한 청탁을 해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는 취지의 첩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강 씨의 구속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제출된 영장에도 이 같은 수사 경위와 양 씨 관련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부장판사가 실제로 양 씨와 강 씨의 관계를 어느 수준까지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 부장판사가 당시 강 씨 사건에 대해 회피 또는 재배당을 요청했는지도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정 부장판사의 친분과 회피 의혹에 대해 "내부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조계에서는 실제 청탁이나 대가성이 있었는지와 별개로, 정 부장판사가 사건 기록을 통해 양 씨와 강 씨의 관계를 인지했다면 스스로 심리에서 빠졌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건 기록에 양 씨와 강 씨가 등장하고, 두 사람이 사건과 직접 관련돼 있다는 점을 정 부장판사가 알고 있었다면 스스로 회피했어야 했다"며 "사건과 관련된 인물과의 관계를 인지하고도 그대로 영장심사를 맡았다면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석화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총회 의장도 "당시 검찰에서도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었다면 정 부장판사가 그대로 영장심사를 맡은 것은 법관으로서 바람직한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아들이 이후 김승원 후보자 의원실에서 근무한 사실까지 확인된 만큼 결과적으로 처신의 적절성을 둘러싼 의문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