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할머니, 손녀 15년 키운 값 7200만원 청구…법원 조정 결과는

입력 2026-09-12 07: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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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법원, 조부모 손주 돌봄 비용 청구 소송 조정…한국도 비자발적 돌봄 53%

중국의 60대 여성이 15년간 홀로 키운 손녀의 양육비 7200만원을 아들에게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법원 조정을 거쳐 4000만원을 받아냈다. (AI 생성 이미지)
중국의 60대 여성이 15년간 홀로 키운 손녀의 양육비 7200만원을 아들에게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법원 조정을 거쳐 4000만원을 받아냈다. (AI 생성 이미지)

중국의 60대 여성이 15년간 홀로 키운 손녀의 양육비 7200만원을 아들에게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법원 조정을 거쳐 4000만원을 받아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쑹장구 인민법원은 60대 여성 쉬모씨가 아들 량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36만 위안(약 7200만원) 규모의 양육비 청구 소송 사례를 공개했다.

이혼 후 아들과 함께 살던 쉬씨는 2014년 아들마저 이혼하자 당시 4세였던 손녀를 전담해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아들은 재혼과 함께 새 아내와 살림을 차려 집을 나갔고, 손녀의 양육 부담은 고스란히 쉬씨에게 남겨졌다. 손녀의 생활비와 의료비, 교육비 등도 쉬씨가 부담했다.

쉬씨는 소송에서 "아들이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방기했다"고 주장한 반면, 아들은 "당시 월수입이 3000위안(약 60만원)에 불과해 형편이 닿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부양했다"고 맞섰다.

법원의 조정 끝에 아들이 쉬씨에게 20만 위안(약 400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됐다. 쉬씨가 청구한 금액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에서는 조부모가 손주를 장기간 돌본 뒤 부모에게 비용을 요구하는 법적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앞서 베이징 법원이 공개한 사건에서도 한 조부모가 손녀가 한 살이었을 때부터 생활비 등을 지원한 뒤 아들과 며느리를 상대로 32만 위안(약 6400만원)의 양육비를 청구했다.

조부모의 육아 부담이 건강 문제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후난성에서는 59세 여성이 아들의 육아를 돕기 위해 6개월 동안 손주를 돌보다 체중이 20㎏ 감소하고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맞벌이 부부 증가와 보육 서비스 부족으로 조부모의 육아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를 단순한 가족 간 희생으로 볼 것인지 경제적 가치를 지닌 돌봄 노동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황혼 육아를 둘러싼 논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가족 내 손자녀 돌봄 현황과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의 절반 이상인 53.3%가 원하지 않지만 자녀의 사정 때문에 거절하지 못하는 비자발적 돌봄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최근 6개월간 주당 15시간 이상 만 10세 미만 손자녀를 돌본 경험이 있는 만 55~74세 조부모 1063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18일까지 진행됐다.

조부모들의 평균 손자녀 돌봄 시간은 평일 기준 4.6일, 하루 평균 6.04시간이었으며,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26.83시간에 달했다. 돌봄을 그만두고 싶은 이유로는 '손자녀를 돌보는 일이 힘에 부쳐서'가 46.7%로 가장 높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가 12.1%, '건강이 나빠져서'가 10.8%로 뒤를 이어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가 중단 이유의 69.6%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황혼 육아 보상 문제는 현실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육아를 돕는 부모에게 용돈을 얼마나 드려야 하는지를 묻는 사연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작성자가 "베이비시터 고용 비용 기준으로 150만원을 드리려 한다"고 밝히자, 누리꾼들은 "쌍둥이면 최저시급 기준 300만원은 드려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조부모의 손자녀 돌봄이 가족 내 돌봄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