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경북 3개 시·군 95명서 출발…올해 상반기 1만2002명 입국
농번기 인력난 해소·숙련 인력 확보 효과…재배 규모 유지하는 핵심 노동력
직접고용 농가는 일감 없어도 임금·숙식 부담…공공형 확대도 운영비 한계
경북도가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 도입 10년 만에 1만2천명을 넘어서면서 농촌의 핵심 노동력이자 관계인구로 자리 잡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내국인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농촌에서는 계절근로자가 그야말로 단비 같은 존재다. 하지만 양적 확대를 넘어 농업의 실제 인력 수요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열 자식보다 응우옌 한 명이 더 좋아"…농촌 일손에 내린 단비
경북 예천에서 벼농사와 파 등 밭농사를 짓는 김모(64) 씨는 베트남 출신 계절근로자 응우옌(33) 씨와 2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김 씨 농장에서 농사를 도왔던 응우옌 씨는 올해 친척 형제들까지 함께 왔다.
경력자인 덕분에 새로 일을 가르칠 필요가 없어 교육에 대한 걱정도 덜었다. 서툰 한국말로 함께 온 근로자들과의 소통도 도와주며 일을 직접 가르치기도 한다. 김 씨는 그런 응우옌 씨에게 '복덩이'라는 애칭도 붙였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농촌에 단비 같은 존재다. 농촌 인구는 줄고 고령화는 심해졌지만 농번기에는 여전히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특히 사과 적과와 봉대, 과일·채소 수확 등 기계화가 어려운 작업은 특정 시기에 인력 수요가 몰린다.
과거 농가들은 농번기마다 다른 지역까지 수소문해 사람을 구하거나 높은 일당을 주고 일을 시켰다. 하지만 계절근로자가 들어오면서 농번기에 필요한 인원을 미리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인력 수요가 몰리면서 일당이 치솟을 일도 없어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계절근로자는 부족한 일손을 잠시 메우는 보조 인력을 넘어섰다"며 "내국인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농촌에서는 재배 규모와 생산량을 유지하는 핵심 노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95명에서 1만2천명으로…농촌 파고든 10년
경북에 2017년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처음 들어왔다. 영주 3명, 영양 71명, 성주 21명 등 3개 시·군에서 95명으로 출발했다. 당시만 해도 농번기에 한시적으로 부족한 일손을 메우는 실험에 가까웠다.
도입 규모는 빠르게 커졌다. 2018년 6개 시·군 285명, 2019년 7개 시·군 505명으로 늘었다. 2020년에는 8개 시·군에 913명이 배정됐지만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막히면서 한 명도 입국하지 못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증가세는 가팔라졌다. ▷2022년 14개 시·군 1천312명 ▷2023년 19개 시·군 5천726명 ▷2024년 19개 시·군 9천237명 ▷지난해 19개 시·군 1만2천544명으로 늘었다. 올해 6월 말 현재 21개 시·군 5천306농가에 1만5천952명이 배정됐고, 1만2천2명이 입국했다. 2017년 첫해 95명과 비교하면 올해 상반기 입국자만 약 126배다.
규모가 커지면서 정책과 제도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초기 해외 인력 확보부터 입국·체류 관리와 숙식 등의 문제로 지자체와 농가가 시행착오를 겪었다. 현재도 숙제인 부분이지만, 지자체들이 직접 해외 지방정부 등과 협력에 나서는 등 보완·수정돼 가고 있다.
최근 농협 등이 근로자를 직접 고용·관리한 뒤 필요한 기간에 농가로 보내는 '공공형 계절근로'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 경북에 932명이 배정됐고, 759명은 입국했다.
예천군 관계자는 "계절근로자 제도가 10년 만에 경북 대부분 시·군으로 급격히 확산되면서 근로자 무단일탈, 고용주 갑질 등 시행착오들을 많이 겪었다"며 "계절 근로자는 핵심 일손이자 인구소멸을 겪고 있는 농촌의 새로운 인구"라고 말했다.
◆필요한 때는 한철인데…몇 달치 고용·숙식은 농가 몫
외형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일부 지역에서는 계절근로자 도입 인원을 행정 성과로 내세우는 과정에서 이장이나 대규모 농가가 필요 이상의 인력을 떠맡는 사례도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지자체와 관계나 지원사업 등을 고려하면 추가 배정을 선뜻 거절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특히 현장에서는 농업의 실제 인력 수요와 근로자를 일정 기간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 맞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농사는 손이 많이 필요한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적과나 봉대, 수확철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작업이 끝나면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다.
비가 오거나 농작업 사이에 공백이 생기면 며칠씩 일거리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농가는 가장 바쁜 시기를 기준으로 근로자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 일손이 줄어든 기간에는 남는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고민이다.
한 농가주는 "계절근로자는 일용직 아닌 일정 기간 월급을 주고 고용하는 직원"이라며 "한 달 중 일을 하지 못하는 날이 더 많을 때도 있다"며 "출근해서 농사일이 없다고 가만히 놀릴 수도 없고, 일이 없으면 농기계 수리 보조나 집안일, 잔심부름이라도 맡긴다"고 말했다.
숙소와 식사, 이동·생활관리 부담도 적지 않다. 농가는 자택의 빈방을 내주거나 마당 등에 임시주택을 마련해 숙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월급 외에 식비와 생필품 비용도 부담하는 경우가 많고, 면허가 없는 근로자들과 이동 시 항상 동행해야 된다는 불편함도 있다.
이 때문에 인력을 필요할 때 공급받을 수 있는 공공형 계절근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운영 주체인 농협도 숙소와 차량 운행, 생활관리 등에 드는 비용 때문에 규모를 크게 늘리기가 쉽지만 않다.
한 농협 관계자는 "농가는 필요한 날에만 사람을 쓸 수 있는 공공형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운영기관이 숙소와 차량 운행 등 관리비용을 계속 부담하는 구조에서는 인원을 크게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